유카탄반도 기행문 – 2

죽기위해 싸우는 자들

오늘은 마야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관광버스를 타니 약 2시간 반 정도 밀림 속에 뚫린 고속도로를 서쪽으로 달려 치첸잇짜(Chichen-Itza)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 곳은 유카탄 반도에 있는 많은 마야 유적지 가운데 가장 많은 건축물이 한 곳에 집중적으로 발굴되어있는 곳이다.  고고학자들은 수백 개의 건축물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지금은 약 30여개가 여기저기 복구되어있다.  사원, 피라미드, 경기장, 주택 등 건축물 모두가 돌로 지어져 있는데 그 크기와 정교함이 제법 대단하다.  이들의 피라미드는 마야 달력에 의한 숫자에 따라 건축되어 그 설계가 치밀하다.  각 면의 중앙에 층계가 있는데 계단의 수가 91개이다.  이것이 사면에 있으니 계단의 총 수는 364개이다.  제일 꼭대기에 제단을 더하면 365단, 일년의 날수에 해당된다.  피라미드의 기본 구조는 9층으로 되어있는데 중앙의 계단으로 분리되어 18개의 테라스로 나누어진다.  이는 일년 18달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풀이들이 있지만 생략하자.  이중 쿠쿨칸(Kukulcan)이라는 피라미드는 그 큰 규모로 유명하다.  이 피라미드는 약 100ft 정도 높이인데 그 계단의 폭이 좁아서 올라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내려올 때는 사람들이 돌아서서 거꾸로 내려오거나 주저앉아서 엉거주춤 기어 내려오는 일이 많다.  꼭대기에서 보면 멀리 사방팔방이 평원이고 눈에 보이는 데가 다 밀림이다.  근처의 구조물들을 내려다보는데 이 곳에서 제일 큰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곳은 마야 특유의 구기를 하던 곳인데 그 이름은 포카톡(Pok-a-tok) 또는 폭타폭(Pok-Ta-Pok)이라고 했다한다.

이 경기는 오늘날의 농구와 흡사하다.  공은 순 고무로 만들었고 속까지 고무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대단히 무거웠다고 한다.  한 편에 7명씩의 선수들이 나와 이 공을 손과 발을 제외한 (팔꿈치와 무릎은 허용되었다 함) 몸 전체를 이용하여 주고받아, 농구에서 수평으로 되어있는 바스켓과는 달리, 수직으로 장치된 돌로 만든 고리에 넣는 것이다.  이 경기는 종교의식의 일부로 치러졌는데 공의 움직임은 태양의 움직임을 상징하였다 한다.  이 경기가 잘 치러짐으로 해가 다시 뜨고, 절기에 맞게 비가 와 농작물이 풍성하게 된다고 그들은 믿었다는 것이다.  경기장 안에는 많은 벽화가 돌 벽에 조각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에 대한 설명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벽화는 한 사나이의 목이 잘려져 나가고 그에게서 품어 나오는 피가 대지를 적시는 좀 잔인한 장면이다.  마야족은 그 피로 대지가 비옥해 진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 제물의 사나이는 포카톡 경기에서 진편의 주장이라는 초기의 견해이었으나 마야족의 종교의식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긴 편의 주장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경기를 가만히 상상해 보았다.  공이 상당히 무거웠다니 경기도중 부상도 많이 당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죽는 영광을 위해 싸우는 저들에게 무엇이 두려웠겠는가?  이 경기는 분명히 살기 위해 하는 경기보다 훨씬 더 격렬하였을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갑자기 나 자신이 부끄럽다.  우리를 대속 해 주신 주님은혜에 이제껏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데 우리는 주님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구원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까지도 주신 주님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큰 교회, 작은 교회

코즈멜(Cozumel)이라는 섬은 카리브해의 많은 크루즈선(Cruise Ship)들의 기항지(Port of Call)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섬은 캔쿤에서 남쪽으로 약 30분간 고속도로를 달려 플라야 델 카멘(Playa del Carmen)이라는 항구로, 또 거기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서 도착했다.  여기는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서 왔는데 기대와는 딴판인 열 명 정도 탈 수 있는 조그마한 똑딱선에 태우는데 어째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발동을 걸고 항구를 빠져 나오는데 배의 엔진에서 나오는 매연까지 합세하여 점점 기분을 상케 한다.  방파제를 벗어나니 파도 또한 거세어 이 조그만 배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다행히 조금 후부터는 배가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기 시작하여 한결 물이 잔잔해졌다.  목적한 곳에 도착하자 안내자가 스노클링에 필요한 장비들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전혀 안전수칙에 대한 주의사항도 없고 장비 또한 잘 맞지를 않았다.  자연 우리는 몇 년 전 마우이에서의 스노클링과 비교하게 되었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물에 들어가니 우리의 걱정은 정말 걱정으로 끝나고 말았다.  배에는 세 명의 안내자가 있었는데, 한 명은 배를 지키고, 또 한 명은 물 속에서 앞장서고, 마지막 한 명은 뒤에서 따라오며 스노클링이 시작되었다.  앞장 선 친구는 어떻게 해서든지 좀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우리들을 안내했다.  먹이를 뿌리니 희귀한 많은 열대어들이 몰려들었고 우리에게 나누어 준 먹이를 흔드니 물고기들이 다투어 와서는 먹는 것이었다.  정말로 hand feeding 의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뒤에서 따라 오는 친구는 혹시라도 낙오하는 사람이 있을까하여 열심히 양옆으로 수영을 하며 챙긴다.  한 번은 나의 스노클이 마스크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차리고 자맥질하여 건져다 주는 것이었다.  배를 지키는 친구는 서서히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며 혹시 상어라도 나타날까 망을 보고, 30분에 한 번씩의 휴식을 위해 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이고 세심한 배려가 점점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있었다.  마치 작은 교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친밀감(intimacy)을 – 목회자와 임원들이 열심히 협동하여 성도들의 영적 성장 및 개개인의 필요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할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 상상하게 되었다.  작은 교회에서 그런 친밀감도 없으면 과연 어떤 장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우이에서는 10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제법 큰 배를 타고 몰로키니 라는 섬으로 갔었는데, 배의 시설로는 햄버거를 구워주는 바비큐식당, 민물(fresh water) 샤워, 즉석 낚시로 걷어 올린 튜나 사시미, 근시를 위한 특수 마스크 등등 정말 호화판이었다.  장비를 나누어 줄 때에는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실시했었다.  그러나 일단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무엇을 하던 모두 자유였었다.  10여명씩 되는 승무원들은 모두 배에 남아 있었고, 근처에 여러 척의 배가 있으니 돌아올 때 이 배로 잘 찾아오라는 것이 전부였었다.  물론 이 곳은 천연적으로 고기가 잘 모이는 곳이니 안내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고, 또한 예닐곱의 배가 있어 오륙백 명의 관광객들이 그야말로 목욕탕 같이 들 끌었었으니 자기 손님들만 따로 안내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럴 수가 있었을까?  우리는 그들만을 믿고 따라간 것이었는데.  그 것은 마치 큰 교회가 잘 갖추어진 시설과 많은 인적자원을 갖고도 개인의 차원까지 교인들을 잘 돌보아주지 않고 또 그러기도 힘든 상황과도 같았었다.

코즈멜에서는 세 번째 다이빙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제법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먼 하늘에서 치는 천둥번개소리를 들으며 물 속에 있는 우리는 누구 하나 걱정하지 않았다.  세 명의 사나이들이 우리를 항상 인도하고 돌보고 있었으니까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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