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 포도주를

30여년의 직장생활 중에 마지막 10여년은 과중한 일에 눌리어 너무나도 바쁘고 시간에 쫓기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거의 매일 갖고 살았던 때였다. 그런 느낌을 가질 때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철학 강의시간에 교수가 제법 큰 마요네이즈 병에 골프공을 가득 채우고 나서 학생들에게 “이 병이 가득 재워졌나요?”하고 묻는다. 학생들은 모두 그렇다고 대답한다.

교수는 조그마한 조약돌들을 병에 부어넣고 이리저리 흔드니 골프공 사이사이에 그 조약돌들이 채워졌다. 교수는 다시 학생들에게 “이 병이 가득 재워졌나요?”하고 묻는다. 학생들은 이 번에도 모두 그렇다고 대답한다.

교수는 이번에는 모래를 병에 부어넣는데 여기저기 빈틈에 또 들어가는 게 아닌가? 교수는 다시 학생들에게 “이 병이 정말 가득 재워졌나요?”하고 묻는다. 학생들은 이 번에는 더 이상 다른 것을 넣을 수 없이 가득 채워졌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교수는 포도주를 한 병 꺼내어 붇는데 제법 많은 양의 포도주가 꽉 찼다고 생각한 마요네이즈 병에 또 들어간다. 학생들은 그제야 진지하게 교수의 입을 주목한다.

이 병은 자네들의 인생이야. 골프공은 인생에서 바꿀 수도 없고 없어서는 아니 될 아주 중요한 것들, 예를 들자면 건강, 가족, 친구 등등, 세상을 다 잃어도 변치 않고 남아있어 자네들의 삶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일세. 조약돌들은 중요는 하지만 없으면 구할 수도 있고 또 바꿀 수도 있는 그런 것들, 직장, 집, 자동차 뭐 그런 것들이지. 모래는 그 외의 모든 일들 거의가 자질구레한 것들을 뜻한다네. 모래를 먼저 이 병에 넣었다면 조약돌이나 골프공은 들어갈 자리가 없지. 인생도 마찬가지, 자질구레한 일들로 정력을 낭비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들을 할 틈은 없는 거야.

한 학생이 교수에게 그러면 포도주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교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인생이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사랑하는 이와 또는 정다운 친구와 향기로운 포도주 한두 잔 할 시간은 언제나 있다는 뜻일세.

(Source: unsplash.com)

(2008년 2월)

4 Comments

  1. 살아오면서 모래부터 챙기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지요. 집은 없어도 좋은차 사고, 담보잡혀서 해외여행가고, 시시때때로 외식하고. 첫번째 문지방도 못넘고 평생 정부보조금으로 자랑스럽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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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때로는 중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 말하자면 농구공을 넣고 힘든 경우도 보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야구공 몇개 넣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망치는 경우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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