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증

10 수년 전에 발생한 O. J. Simpson의 아내살해 사건 이후 OJ Syndrome이라는 표현이 생겼다.  여러 경우에 쓰이는데 그 중 대표적인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가 OJ는 자신은 흑인이 아니고 OJ Simpson이라고 말한데 연유하여 자신의 근본(heritage)을 잊고 개인주의의 극에 달하여 기고만장하는 모습을 가리키는데 쓰인다.  형사재판에서는 그렇게 무시하던 흑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의 동정표에 all-in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세상은 공평한가보다.  두 번째는 형사재판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무죄를 유도해 낸 후유증으로 그렇지 않아도 별로 좋지 않았던 변호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더 나빠진 현상을 지칭하는데 쓰인다.  세 번째로 OJ는 많은 물증이 그의 유죄를 입증하였지만 형사재판에서 받은 무죄평결과 본인이 장기간 무죄라고 주장하다 보니 사람을 죽이고도 – 현장증인이 없으니 범행유무는 그 자신 밖에 모른다 – 안 죽인 것으로 착각하고 또 그렇게 확신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과거의 언행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때 자기최면으로 그렇게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다고 철저히 믿게 되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쓰인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신 모씨의 사건이 보도되며 허언증이라는 낯선 병명을 접하게 되었다.  상습허언증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증세를 말하며 공상허언증은 거짓말을 해 놓고 그 거짓말이 거짓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공상허언증은 OJ Syndrome의 세 번째와 같은 증세이다.

누가 거짓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 말이야 말로 거짓말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말실수를 하게 되면 곧 시정하고 반복하지 않는다.  거짓말 중에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려 또는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이다.  예를 들면 시한부선고를 받은 환자에게 그 사실을 숨기는 경우다.

얼마 전에 철저한 이중인격에다 거짓으로 감싸여 있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여느 사람이 아니고 목사라는데 그 실망이 더 큰 것이다.  이 사람은 처음 사귈 때는 그럴 듯 했는데 지날수록 뭔가 찜찜하다.  하는 언행이 확실하지 않고 자신도 없고 뭔가 숨기는 게 많다.  반년 이상을 거의 매일 만났는데 무엇을 생각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옛날에 쓰던 “크레믈린”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런 사람이다.  급기야는 해야 할 일(말)도 안하고 했다하고, 안해야 할 일(말)도 하고는 안했다고 우긴다.  이 집 가서 저 사람 흉보고 저 집 가서는 이 사람 흉본다.  이런 일이 표면화되어 말들이 난무하니, 나중에는 그 아내가 나서서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 하며 녹음했냐고 오히려 대어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공상허언증 부부임에 틀림이 없다.

Stem Cell 연구논문의 허위성을 어쩔 수 없을 때 까지 가려보려 했던 황 모박사의 경우가 그랬었고, 이번에 터진 신씨와 변씨 사건도 그렇다.  처음에는 아마도 작은 거짓으로 시작했겠지.  그것을 가리려고 또는 정당화하려 하다보니 거짓이 눈 덩이 같이 부풀어났으리라.  거짓은 들어 나게 마련이고 진실은 팽배 – truth prevails –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잠 12:19 –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눈깜짝일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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