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자식

공무도하(公無渡河)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가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가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님아 강을 건너지 말랬어도
기어이 건너려다 빠져 죽으니
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이제 옛노래(공무도하가)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白手狂夫)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훈의 장편소설 공무도하의 서문 중)

이른 새벽을 깨운 전화를 받은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사고야?”하고 되묻는다.  수화기를 움켜잡은 아내의 손가락 마디가 유독 더 튀어나와 보인다.

나쁜 자식!

남동생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던 아내가 불쑥 내어 뱉은 말이다.  그 말 한마디에 먼저 간 동생에 대한 섭섭함과 사랑이 절절이 담겨있음을 느꼈다.  동생을 전도하지 못한데서 오는 안타까움이 아내의 슬픔에 더해져 있었다.  처남은 얼마 전에 대통령 산업포상까지 받고 최근에는 그렇게 원하던 자리로 영전하여 축하 일색이었다.  아내와 전화한지도 며칠 되지 않았기에 그 놀라움과 슬픔이 더 컸던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이루려 하는, 건너려 하는 그 강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이렇게 그 강을 건너려다 그 강에 빠져서 죽고야 마는 것인가?  우리 모두가 백수광부인데 …

(2011년 1월)

p.s. 기자 출신인 김훈은 화사한 수식을 뺀 간결한 필치로 오히려 강력한 그림을 그려낸다. 그의 최근작 공무도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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