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탄생하신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차로 약 10분정도 거리의 남쪽에 있다. 베들레헴은 ‘베트’와 ‘레헴’ 두 단어로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그 뜻이 아랍어와 히브리어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베트(Bét)’는 양쪽 다 집이라는 뜻인데 ‘레헴’은 아랍어(Lahm)로는 고기, 히브리어(Lehem)로는 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베들레헴은 아랍사람들에게는 고깃집이라는 뜻이고 유대인들에게는 빵집이라는 뜻이다.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West Bank 안에 위치해 있으니 그 뜻에도 차이가 있는가 보다. 베들레헴은 해발 약 2,543 ft(775 m) 정도의 산지로 예루살렘보다 약 98 ft(30 m) 정도 더 높은 지대이다. 지리적으로 예루살렘에서 가깝고 지형적으로 예루살렘보다 높은 곳이어서 1987년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폭동(Intifada: 아랍어로 ‘털어버린다’라는 뜻이며 팔레스타인 편에서 보면 ‘투쟁’이다) 때마다 예루살렘을 향한 빈번한 박격포와 미사일 공격의 근원지이었기에 베들레헴은 이 중으로 된 삼엄한 분리장벽으로 쌓여있다. 검문소에서 남녀 군인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채 자동소총을 들고 관광버스에 들어와 한 사람씩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점검한다. 평온한 것 같지만 준 전시하에 있는 이스라엘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베들레헴은 아주 오래 된 도시로 창세기에 야곱의 아내 라헬이 베냐민을 낳고 죽었을 때 장사한 곳(창 35:19)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룻기의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모압 땅에서 돌아온 나오미와 며느리 룻이 정착한 곳이 베들레헴(룻 1:19)이며 룻은 여기서 형제의 기업을 무를 자로 보아스를 만나 결혼한다(룻 4). 또한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삼상 16:1, 13)이며 요셉과 마리아의 고향(눅 2:3-5)이기도 했다. 나사렛에 살던 요셉과 마리아는 인구조사차 호적하러 베들레헴에 왔을 때 예수님이 탄생하게 된다. 베들레헴에는 이러한 배경으로 예수님 탄생교회와 목자들의 들판교회가 대표적인 순례지로 꼽힌다.
예수님 탄생교회(Church of the Nativity)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에 의해서 주후 339년에 세워졌다. 이 교회는 콘스탄티누스 교회라고 불리였는데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과의 전쟁 중인 약 530년경에 불타버렸다. 지금의 교회는 565년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서 재건되었다. 614년에 페르시아가 이스라엘을 점령했을 때 거의 모든 교회가 파괴를 당했지만 예수님 탄생교회는 화를 면했는데 그 이유는 동방박사의 모자이크 벽화가 페르시아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같은 이유로 모슬렘들의 성전파괴운동에서도 보호가 되었다. 그 후 여러 번의 파손, 복구와 증축을 거쳐 지금의 교회로 세워지게 되었다. 교회에는 원래 3개의 대문이 있었는데 19세기에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오토만 제국 시절에 말을 탄 채로 교회를 드나드는 귀족들과 수레를 끌고 들어와 교회 안의 기물들을 훔쳐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2개의 문은 아예 막아버리고 하나의 문만 나지막하게 남겨놓았다 한다. 이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하기에 겸손의 문(Door of Humility)라고 부른다. 매년 12월 24일부터 1월 18일 사이에 교단 별로 이 교회를 중심으로 성탄축하예배와 여러 행사가 있는데 세계각국에서 몰려온 순례자들로 붐빈다 한다. 예수님 탄생교회에는 여러 예배실과 기념관들이 있는데 그 중에 특기할 곳은 지하에 있는 제롬 예배실이다. 제롬은 400년 경에 이 곳에서 수도하며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사람이다.
목자들이 양을 치던 중 천사들로부터 그리스도의 탄생소식(눅 2:8-11)을 들은 들판에 있는 동굴에서 4세기경부터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것이 목자들의 들판교회(Church of Shepherds’ Fields)의 시작이다. 그 자리에 5세기경에 교회가 세워졌는데 614년에 페르시아 의해서 파괴되었다. 그 후 모슬렘의 성전파괴운동 때 파괴되었는고 현재의 교회는 1954년에 지어졌다. 교회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보아스의 들판이 있다.
예수님 탄생교회
겸손의 문 – 위쪽의 아치가 원래의 문
예수님 탄생교회의 내부 – 고린도식의 기둥이 인상적이며 왼쪽 앞부분에 나무로 반쯤 덮여 있는 부분이 콘스탄티누스 교회의 유일한 유적인 모자이크 바닥
콘스탄티누스 교회의 유일한 유적인 모자이크 바닥
예수님 탄생교회 지하에 있는 말구유 자리
목자들의 들판교회
목자들의 들판교회 내부
목자들의 들판교회에 있는 벽화 – 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난 장면
목자들의 들판교회에 있는 벽화 – 말구유의 장면
이스라엘 지방의 양 – 마침 점박이 양이 있어서 야곱(창 30:32)을 생각하며 한 장. 성화 등에서 흔히 보는 다리가 짧고 털이 복실 복실 한 양은 호주지방의 양이라는 것을 여기서 배웠다.
(2012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