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cence Lost – 잃어버린 순진함

영어로 ‘Innocence Lost’를 우리 말로 딱히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좀 엉성한 느낌은 들지만 ‘잃어버린 순진함’이라고 해 보았다. 이 표현은 사용하는 경우에 따라 약간의 다른 nuance를 풍기는데 이솝 우화 중 ‘늑대와 양치기 소년’에 나타난 현상(skepticism)을 생각해 보았다. 양치는 아이가 ‘늑대야!’하고 소리치니까 마을사람들이 소년과 양떼를 구하려고 모두 뛰어나와서 보니 늑대가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양치기 소년은 이게 재미있어서 몇 번 우려먹었는데 정작 늑대가 나와서 소리쳤을 때에는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양치기 소년은 양을 잘 돌보아야 하는 초심을 잃고 마을사람들을 갖고 노는 재미에 빠진 모습이고 마을사람들은 위험에 빠진 양치기를 도우려던 순수함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어떤 현상을 볼 때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고 색안경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이다.

오래 전에 부흥회에서 어느 나이 많은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교인들의 헌금명세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이유인즉 사람이기에 헌금 많이 내는 교인을 더 사랑할 수도 있고 헌금 많이 내는 교인 앞에서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다. 한 영혼 영혼을 헌금 액수에 관계없이 꼭 같이 사랑하고 잘못이 있을 때 꼭 같이 가르치겠다는 의지이다. 헌금 많이 내는 사람의 한 마디에 기 죽지 않고 조금 내는 사람의 말도 귀 기우려 듣겠다는 뜻도 있다.

하지만 요새 신식 목사님들은 헌금명세에 관심이 많다. 누가 얼마 내는지 훤히 꿰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불경기가 오면 교회마다 헌금이 줄고 적자재정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구식 목사님들은 우선 몇 일씩 금식기도를 하고 창백하지만 광채 나는 얼굴로 교인들에게 말씀으로 은혜를 끼친다. 구식 목사님들은 지출삭감에도 솔선수범한다. 반면 신식 목사님들은 ‘양젖은 짜면 짤수록 나온다’는 신념 하에 어떻게 하면 헌금이 더 많이 걷힐까 연구한다. 평신도 지도자들도 어려운 문제를 놓고 기도원에 가자면 그런 데는 왜 가냐는 식이다. 헌금의 부담이 과중하여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있어도 ‘그런 사람은 어차피 떠날 사람’이고 별로 가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나님의 방법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이런 추세라면 교인들의 이마에 얼마짜리라는 도장이 찍히는 날도 머지 않은 느낌이다.

구식 목사님들은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인해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신식 목사님들은 차에도 집에도 옷에도 먹는 것에도 무척 관심이 많다. 신식 목사님들은 ‘솔직함’이라는 명분하에 자기도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헌신된 평신도보다도 못한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인다. 이런 초심을 잃은 현상을 보는 평신도들은 어쩔 수없이 순진함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누가 그랬더라? There is no shortage of suckers.

(2013년 7월)

1 Comment

  1. A few expressions whispered into my ears:

    We are all sinners.
    The great pretender.
    Practice what you preach.
    The show must go on.
    Manipulation & Exploitation.

    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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