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자유

얼마 전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접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 Freedom is not free. Free men are not equal. Equal men are not free. 보수성향의 공상과학소설가이며 수필가인 Jerry Pournelle의 blog Chaos Manor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이다. 80이 넘은 노장이지만 하루에도 글을 몇 개씩 blog에 올리는 정열을 갖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그의 글은 꼭 이 문구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궁금해서 이 문구의 근원을 찾아보았지만 어느 한 특정인의 말을 인용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Freedom is not free.’는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새겨져 있는 문구로 미 공군 대령 Walter Hitchcock이 어느 연설에선가 사용하여 잘 알려졌는데 그 전에도 전몰(戰歿)장병 추모식에서 자주 인용되었던 문구인 것 같다. 그 다음 두 문장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Friedrich Hayek의 책 The Road to Serfdom과 그의 중심사상을 이 사람 저 사람이 이야기하다 파생된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이 54,249명이었고 한국군 전사자가 137,899 명이었다는 역사적 기록을 볼 때 실감이 간다. 통계자료에 따라 약간 다른 숫자들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렇게 엄청난 인명의 대가와 희생이 치러졌던 것이다. 이 대가는 다른 형태로도 치르게 되는데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오히려 일시적으로 자유를 유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인 부담을 질 수도 있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로 군복무를 하는 것이 그렇고 그러한 군인들과 국방을 위해서 세금을 내는 것 또한 그렇다. 자유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들면 끝도 없겠지만 오늘은 자유보다는 평등이라는 단어를 놓고 여러 생각이 든다.

평등이란 말의 뜻을 보수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보는 반면 진보는 그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던지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한 결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전의 글에서도 잠시 피력했었지만 시민들의 권리와 이에 따른 평등에 대한 해석이 이렇게 다른데 그 차이를 이해해야만 ‘Free men are not equal. Equal men are not free.’의 뜻을 가늠할 수 있다. 자유의지를 갖고 사는 사람들은 로봇과 같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생각도 다르고 하고 싶은 일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다. 로봇은 다 같게 만들 수는 있지만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로봇은 로봇을 만든 사람의 프로그램에 따라서 움직여야만 한다. 정부가 거저 주는 것에 맛이 들면 마약과 같이 중독이 되어 결국에 가서는 로봇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시키는 대로 살아야만 거저 주는 것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오마바케어의 문제점이 수도 없이 들어나자 수세에 몰린 오바마는 화두를 피해서 미국사회의 불평등(inequality)을 바로 잡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freedom)와 평등(equality) 이 두 단어만큼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뜻의 차이가 미묘하게 또는 강렬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드물다. 어떤 불평등함을 바로 잡겠다는 건지 …

(2014년 2월)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