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선

한국 행 비행기에서 집어 든 신문에 이장호 감독과 그의 19년만의 영화 ‘시선’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우리가 연애할 때 처음으로 같이 본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장호 감독은 우리가 미국에 온 70년대부터 그 이후 8, 9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라는 기사였다. 그가 19년만의 침묵을 깨고 흥행에 연연하지 않고 기독교 영화를 감독했다고 해서 또 화제에 오른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기독교 영화를 더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기사는 끝맺음 되어있었다.

거의 매일 약속이 있어서 바쁜 가운데 하루 오전 시간이 남아 극장을 찾아 나섰다. 지하철 타고 광화문에서 내려 옛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 가는데, 이 극장은 골목 속 건물 안에 간판도 없이 숨어 있어 바로 앞에서도 찾지 못하다 마침 택배 아저씨에게 물어 겨우 들어갔다. 이곳은 아주 작은 극장으로 매표소가 따로 없고 들어가서 돈을 내는 그런 식인데 아직 아무도 없다. 조금 있으니 영화를 돌리는 기사가 나오며 우리를 반기더니 극장 값 받는 아가씨가 또 늦는 모양이니 먼저 보고 나가면서 돈은 내란다. 화면이 하나인데 3개의 영화를 돌려가며 상영하는 개봉관 같지 않은 개봉관에서 조조할인으로 본 영화이지만 그 줄거리가 자꾸 생각난다.

시선 Poster

이슬람 반군들이 활개치는 가상 국가에서 단기선교 팀이 납치되어 겪는 이야기인데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과 평행하는 대목이 많은 영화 시선의 줄거리를 자세히 소개할 생각은 없다. 사기꾼 같은 선교사, 영적 지도자로써 합당하게 행동하는 목사, 믿음 좋고 금실 좋은 선교 팀장 장로부부, 두고 온 아내에게 틈틈이 전화하는 자상한 남자 단원. 이렇게 시작하지만 반전을 거듭하며 막바지로 치닫는데 ‘순교보다 아름다운 배교도 있을 수 있다.’는 대사가 지워지지 않는다. 침묵의 후미에를 연상시키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불만이라면 마지막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잔혹하고 강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

여름은 단기선교의 계절이다. 어김없이 여러 교회에서, 대개는 안전한 곳으로, 단기선교를 떠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선교에 대한 마음가짐을, 그리고 믿음의 사람으로써 살아 온 삶을 한번쯤은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 끝에 박용식씨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자막이 나와 극장 값 받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장로 역을 맡았던 배우인데 패혈증으로 개봉을 못 보고 죽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만일 거기서 병원균에 감염되었다면, 악조건 속에서의 촬영을 선교의 마음으로 했다면 이 배우야말로 순교자가 아닐까?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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