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있었던 미 연방 대법원의 매우 중요한 두 가지 판결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방법으로 법을 해석하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첫 번째 케이스는 King v. Burwell로 알려진 오바마케어 가입자에 대한 정부보조(실제로는 tax credit)에 대한 것으로 2015년 6월 25일에 판결이 내려졌다. 논란의 대상이 된 법 조항은 오바마케어에 의거해서 제정된 IRS Code Section 36B로, 정부보조는 ‘Exchange(시민들이 오바마케어에 가입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일종의 보험대행 기관) established by the State’을 통하여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허용한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50주 중에 16주만 State Exchange를 만들었고 34개주는 연방정부에서 설치한 Federal Exchange를 사용함으로 논란이 시작되었다. 여기서는 법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연방 대법원의 법 해석에 중점을 두고자 하니 거두절미한다. 오바마케어를 제정하는데 많은 영향력을 끼친 진보주의자들은 분명히 이 조항을 연방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삽입한 정황이 있지만 만일 이 문구대로 법을 해석하게 되면, State Exchange가 없는 34개 주의 주민들은 정부보조를 받지 못하게 되니, 오바마케어 자체의 존폐의 위협이 되는 중요한 케이스로 부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케이스는 하급법원들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 온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오바마 대통령도 기회만 있으면 역사에 남을 오판을 하지 말라는 둥 언론을 통하여 대법원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판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법리가 인용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State Exchange에 Federal Exchange도 포함이 된다는 6:3의 판결이 나왔다. 다시 말하자면 명문화되어 있는 법에 분명하게 제한되어 있는 조항을 그 보다 더 큰 범위로 적용해야 한다고 확대 해석한 것이다.
그 다음 날인 6월 26일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헌법수정 제 14조(14th Amendment)에 보장된 기본적인 자유에 속한다는 판결을 5:4로 내렸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2년전 DOMA(Defense of Marriage Act)가 위헌이라고 판정한 날과 같은 날이다(결혼 – 판결 참조). 그 판결은 연방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50개주 중 19주에서만 동성결혼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31주에도 이를 합법화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14조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3년 후인 1868년에 해방된 노예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통과된 법조문이다. 14조는 4개의 항(해방된 노예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Citizenship Clause, 연방시민으로써 보장된 자유를 지방 정부가 제한할 수 없는 Privileges or Immunities Clause, 정부가 법에 제정되지 않은 조항을 임의로 적용하여 시민들의 자유를 유보하지 못하게 하는 Due Process Clause, 모든 시민은 법의 보호를 평등하게 받아야 한다는 Equal Protection Clause)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Due Process Clause와 Equal Protection Clause를 적용하여 동성결혼의 합헌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비비고 보아도 14조에는 동성결혼이라는 표현이 (당연히) 전혀 없다. 그런데 동성결혼의 제한은 제 14조에, 특히 3항과 4항에 의거해서,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오바마케어 때와는 달리 아무 언급이 없는 부분, 특히나 해방된 노예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을 각가지 법리를 적용하여, 새로운 소수집단의 권리를 보호한다며 확대 해석한 것이다.
두 케이스 다 확대 해석한 것은 같은데 하나는 분명하게 쓰여있는 문구의 해석이었고 또 하나는 전혀 언급이 없는 부분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법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법은 아무리 완벽하게 제정한다 해도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세부적으로 쓴 법에 구멍이 더 많다.
흔히 미국에서 서명운동을 하는데 사실 직접적인 효과는, 지방의 소소한 케이스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국에 영향을 주는 큰 케이스들은 거의 모두가 연방 대법원에서 결정이 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연방 대법관들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에 따라 그 판결이 좌우된다. 보수적 법관은 법이 제정된 원래의 목적과 이유를 더 중요시하는 반면에 진보적 법관은 원래의 목적과 동기를 뛰어 넘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그 법을 확대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Judicial Activism 또는 사법부에서 입법까지 한다(legislating from the bench)는 비판이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대법관들은 대통령이 추천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연히 대통령이 보수적이면 보수 성향의 법관을 추천하게 된다. 그러니 효과도 없는 서명운동 하지 말고 보수적 대통령을 뽑아야 하겠다.
(201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