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아주 고급부터 시장음식까지 정말로 먹거리가 다양하다. 사돈네가 연일 고급식당에서 대접하는데 현지 풍물도 보고 싶어 사정하여 시장음식을 먹으러 갔었다. 괜찮겠냐며 걱정스럽게 데리고 간 곳은 야류 지질공원에서 지우펀 쪽으로 한 15분정도 떨어져 있는 시장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곳과 먹는 곳이 따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한 접시씩 들고 근처에 식탁이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먹으면 종업원이 와서 그릇 수를 세어 돈을 받아갔다. 음식을 만드는 곳도 여러 곳, 먹는 곳도 여러 곳, 가만이 보니 접시에 표시가 있어서 그에 따라 돈을 나누어 주는 모양인데 기발한 착상이다. 미국에 있는 food court와 비슷한데 미국에서는 음식을 사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먹는 곳(dining area)에서 먹는다. 따라서 음식을 파는 곳마다 주문 받고 돈 받는 사람, 그리고 음식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비해 대만 식이 훨씬 더 능률적인 것 같다. 주문도 필요 없고 그냥 음식만 열심히 만들면 되니까.
대만에서 또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야시장인데 밤이 되면 길을 막고 말하자면 작은 포장마차들이 빼곡히 들어 차서 fusion 음식을 포함해서 벼라 별 음식 및 잡화들을 다 판다. 야시장은 주민들을 위해서 생활용품을 파는 곳도 있고 관광객들을 위해서 음식을 위주로 파는 곳도 있다. 타이페이에서 관광객을 위한 유명한 야시장으로는 쉬린(士林) 야시장과 라오헤(饒河) 야시장을 꼽는다. 쉬린은 가장 큰 야시장, 라오헤는 가장 오래된 야시장으로 각각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종일 여러 곳을 돌아 보노라 피곤도 하고, 또 저녁도 이미 잘 먹은 후라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택시로 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닝시아(寧夏) 야시장에 들렸다.
보통 이런 데는 입구 쪽이 좋은 자리라는 통념이 있는데, 여기는 입구 쪽은 별반 사람이 많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복닥거려 밀려 다닐 정도였다. 사진 찍기도 힘들고 피곤하기도 해서 첫 번째 취두부 파는 데까지 갔다가 그냥 나왔는데 지금에 와서 근성이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사진은 많이 찍어놓아야 이렇게 글 쓸 때에도 도움이 되는데. 그리고 옛날같이 film이 소모되는 것도 아니고.
중국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것들 중에는 비행기, 다리 네 개 있는 것들 중에는 의자 빼 놓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는데 야시장에 와 보면 정말 각가지 음식재료를 보고 놀랄 지경이다. 한국사람도 별로 버리는 것 없이 잘 이용하는 민족이지만 졌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은 각종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튀김, 볶음, 구이, 찜, 졸임, 국수, 후식 등등 다양하지만 슬쩍 보아도 다 짐작이 가는 음식들이다. 그러나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취두부(臭豆腐, 처우더우푸, stinky tofu)는 청국장과 삭힌 홍어에 단련된 우리에게도 화들짝 놀랄 정도의 악취(?)가 진동하는데 도무지 먹어볼 염두가 나지를 않는다. 이 취두부는 글자 그대로 냄새 나는 두부인데 발효시켰다지만 쉽게 말하면 ‘잘’ 썩힌 두부이니 짐작이 간다. 취두부는 튀겨서 양념 장에 찍어 먹는 식, 말려서 다시 다른 음식에 넣어서 먹는 식, 살짝 말려서 국물에 끓여 먹는 식 등등 다양한데, 냄새는 그래도 먹으면 고소하다는 설명에도 그냥 기권. 앞에서 설명했듯이 사진도 찍지 않아서 퍼온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한다.
매운 소스에 담근 취두부 – 사진출처 bighairandhighheels.com
튀긴 취두부 – 사진출처 chinesecuisinefood.com
살짝 말려서 국물에 끓인 취두부 – 사진출처 andrewtrommer.com
다음 3장의 사진출처 thechroniclesofwanderlust.net
(2015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