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과 변화

어느 사람이 시장 안에 있는 상점을 찾아가는데 시장 골목길이 매우 복잡하였다 한다. 차들도 밀려 있고 꼼짝달싹할 틈도 없이 복잡하여 짜증이 나던 차에 어느 사람들의 대화가 들렸다. ‘오늘 너무 복잡하군’ 하고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괜찮아, 시장은 복잡해야 돼’ 하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모든 짜증이 다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시장은 복잡해야지 내가 몇 분 일찍 가겠다고 시장이 한가하기를 바라서야 되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시장이 복잡해야 그 안에 경제가 돌아가고 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지. 막힌 골목을 답답하게 보고 있던 시야를 그의 말 한마디가 열어 주었다. 여기서 주변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나의 생각이 바뀌었는데 똑 같은 주변의 정경에서 받는 느낌이 완전히 바뀐 이야기이다. 우리가 흔히 들어서 아는 자신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환경이, 우리들의 주변이, 우리들이 의례 보던 것이 갑자기 바뀐다면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개신교 대부분이 재의 수요일 바로 전 주일을 예수님 변형주일로 지킨다. 필자가 한국에 있던 70년대 중반까지 한국교회에서는 재의 수요일과 함께 별로 치지 않는 교회의 절기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예수님 변형주일은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변모하시어서 그들에게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확인시키는 사건이 일어난 것을 기억하는 주일이다. 변형주일은 주현절(Epiphany), 부활절(Easter)과 함께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 영광스럽고 신성한 예수님의 모습, 그리고 승리를 드러낸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이다. 개역성경에는 변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개역개정에는 변형이라는 표현을 썼다. 변화는 영어로는 transformation으로 본질이 바뀌는 것이고, 변형은 transfiguration으로 모습이 바뀌는 것이다. 여기서 구세주로서 예수님의 본질이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형이 더 바른 번역이다. 주님께서는 변화하실 필요는 없었지만 변형이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는 성형수술을 받지 않는 한 또는 무대 조명을 받지 않는 한 변형될 수가 없지만 죄인에서 의롭다 함을 받는 변화는 받을 수가 있다.

예수님의 변형은 마태복음 17장 1-8절, 마가복음 9장 2-13절 그리고 누가복음 9장 28-36절에 공히 기록되어 있다. 본문의 골자는 이러하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셨다. 학자들은 이 산이 현재의 갈멜 산과 갈릴리 호수 사이 있는 다볼 산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 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서 변형되시어 그 얼굴이 해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다. 그 때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로 더불어 말씀하시는 것이 제자들에게 보였다. 베드로는 너무도 좋아서 예수님께 ‘주님께서 원하시면 여기다가 초막 셋을 짓기를 원합니다. 하나는 주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짓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때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했다. 제자들이 두려워 엎드려 있는데 주님이 저희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두려워 말라 하셨다. 제자들이 일어나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본문을 읽고 묵상하는 중 우리들이 신앙생활 가운데 쉽게 빠질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고, 변형된 영광의 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 일어나는 변화된 신앙인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기적과 표적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으며 예수님을 따르게 만들었다. 제자들도 예수님의 기적들을 통해 놀랐고 그에게 매료되었다. 그래서 예수님을 좇았으며 그는 과연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매번 기적과 표적이 나타나자 제자들은 그런 일들에 익숙해지고 그만 둔해져 버린 것 같다. 본문에서도 제자들의 그런 동향이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시간만 나시면 산에 기도하러 올라 가셨다. 아마 제자들은 이번에도 예수님은 기도하시러 산에 가시는데 우리를 데려 가시나 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매번 하는 일의 반복이라고 생각하고 덜렁 덜렁 따라간 것 같다. 누가복음 9장 32절에는 베드로와 함께 있는 제자들이 깊이 졸다가 깨어 예수의 영광과 및 함께 선 두 사람을 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자 들은 산에 올라가 졸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과 함께 했던 제자들도 깊이 잠이 들었었는데, 성령님의 감동을 받았지만 말씀만으로 믿는 우리들이 끄떡 끄떡 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교회에 가서 졸고 있는 우리들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주님과 함께 있지만 영적으로 자고 있는 모습, 교회에 와 있지만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신앙인의 모습,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연약한 신앙의 모습이다. 처음 주님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감격도 잠시, 쉽게 그 감격을 잊고 형식적인 신앙인이 되기 쉽다. 구원 받은 감격과 주님을 만나고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 대신 주일이기 때문에 교회에 오고, 나의 죄를 사해주시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사랑에 대한 감격보다는 습관이 되어 교회를 찾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진정으로 나의 구세주로서의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진정한 크리스천이 될 수 없다.

습관 내지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유대인들은 해마다 유월절이 되면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서 절기를 지켰다. 누가복음 2장 41절 이하의 말씀에는 예수님이 열두 살 되던 해에도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서 부모와 친족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가셨던 일이 기록되어 있다. 유월절을 마치고 가족들이 돌아갈 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당연히 예수님께서 좇아오실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하룻길을 가도록 예수님께서 함께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했던 것이다. 당연히 따라 오실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신앙의 모습이 이와 같기 쉽습니다. 당연히 예수님이 나를 좇아올 줄 알고 내가 앞장 서서 가는 신앙. 예수님을 바라보는 신앙이 아니라, 예수님을 언제나 찾고 바라보고 따라가는 신앙이 아니라, 나의 가는 길에는 예수님이 당연히 따라 오시겠지 라는 잘못된 신앙, 굳어지고 습관화된 신앙에 빠져버린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공격하는 생각들이다.

깊이 졸다가 깨어나 변형된 예수님의 모습, 그리고 주님과 함께 있는 모세와 엘리야를 보자 제자들의 태도가 완전히 변하였다. 그들을 위해 초막을 짓겠다고 스스로 말한 것이다. 졸기나 하던 나태하고 소극적인 모습에서 적극적 신앙인으로 바뀐 것이다. 내가 주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하는 적극적인 믿는 자의 태도가 예수님을 만날 때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은 마음속에 기쁨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놀라운 변화이다. 그리고 주님에 대한 헌신과 섬김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빛나고 희어진 주님의 모습 속에서, 하늘의 음성을 통하여 주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확인하였다. 바로 구세주 되시는 주님의 능력을 확인한 것이다. 성경에는 해 혹은 빛이라는 표현과 흰색이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해와 빛은 승리, 기쁨, 생명을 의미하고 흰색은 평화와 순결을 상징한다. 곧 예수님의 변형은 예수님의 신성과 함께 완전한 하나님의 아들, 우리의 구세주로서 부족함이 없으신 분, 바로 그리스도 되심을 증명한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변형된 주님을 보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음성을 듣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우리들 모두가 변화 받고 온전한 신앙고백이 있기를 원한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구세주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습니다. 이러한 분명한 신앙고백이 우리에게 있기를 소망한다.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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