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관참시(剖棺斬屍)

부관참시는 무덤에 묻힌 관을 파내 열고 시체를 꺼내 목을 베고 몸통은 토막내는 극형을 뜻한다. 이 형벌은 우리나라에서는 당동벌이(黨同伐異)가 극에 달했던 조선시대에 행해졌었다. 일설에 의하면 북한에서도 있었다 한다. 중세 말기 또는 근세 초기의 유럽, 특히 영국에서 Posthumous Execution이라는 이름으로 이 부관참시가 행해졌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Oliver Cromwell이다. 그는 교황에 반하여 청교도 혁명을 이끌었고 영국의 군주제를 종식시켰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왕정이 되 살아나며 부관참시를 당한 것이다.

작금 한국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후에 돌아가는 경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우선 현대사에서 선진국 중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첫 케이스라는 데에 주목하고 싶다.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탄핵의 사태는 몇몇 있었지만 정치권의 슬기로움으로 인용까지는 가지 않았었다. 촛불 쪽에서는 샴페인과 폭죽을 터뜨리며 승리했다고 외치고, 태극기 쪽에서는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과격한 발언도 쏟아내며, 그 과정에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정치권은 별로 지혜로움도 지도력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아닌, 새로이 두 동강 난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꾼들 답게 대선 준비에 몰입하며 저마다 이 사태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꼴들을 보이고 있다. 말로는 화합 운운하면서도 촛불집회를 이제 고만하라는 부탁은 들리지 않는다. 검찰은 기세가 등등해서 다음 주부터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며 떠 오른 생각이 바로 부관참시이다. 탄핵이라는 정치적인 절차로 끌어내린 후 재판에 부쳐 죽이거나 감방에 보내는 이런 일들은 후진국에서나, 또는 독재에서 민주화 과정에서 보아왔던 그런 현상이다. 생소한 죄명으로 대통령으로써 더 이상의 수모가 없는 탄핵을 당한 그를 끄집어 내어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중 자살한 노 전 대통령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살아있는데 말이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예외없이 비운을 맞았거나, 본인 또는 직계가족의 비리로 곤욕을 치루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세상에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고 중국에서까지 말하였을까?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에 씌워진 저주의 사슬을 끊어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기에 차차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좀 적나라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원수 갚기 위해서, 탄핵의 촛불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다음 대통령을 뽑을 때까지 좀 덮어두고 또 새로 뽑힌 대통령이 무조건 사면하며 국민의 화합을 주장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박 전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박사모들에게 진정하기를 요청한다면 화합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이런 사태에 선봉을 서고 있는 검찰의 작태 또한 걱정스럽다. 검찰은 정권의 개라는 표현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데 여기서 너무 날뛰고 계속 설치다가 결국에 가서는 글자 그대로 토사구팽(兎死狗烹 –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 삶아 먹는다는 뜻) 당하기가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촛불과 태극기의 집회가 필요 없어야 한다. 앞서는 걱정은 촛불과 태극기를 이용하려 드는 정치꾼들이다. 특히 촛불이나 태극기, 세월호를 자신의 대통령에 대한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 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자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2017년 3월)

p.s.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는 드디어 부관참시가 벌어질 모양이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들 중 소위 친일파로 찍힌 사람들의 묘를 강제로 이장시키는 파묘법이 국회에 접수되었다니 말이다. 그 와중에 100세를 앞둔 백선엽 장군을 찾아간 보훈처 사람들이 백 장군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경우 파묘의 가능성을 설명했다니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권은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군 설립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김 아무개에게는 유공훈장을 수여하겠다는데 세상을 짝눈으로만 보고 있으니 참 끔찍하다. 차제에 ‘100세 동갑내기,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며’라는 제목의 김형석 교수님의 글을 나눈다. (2020년 7월)

p.p.s. 본 글에서 언급했던 토사구팽(兎死狗烹 –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 삶아 먹는다는 뜻)이 바야흐로 절정에 이르렀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토끼사냥에 잘 써먹고 사냥이 끝난 이제 그들을 잡아먹으려는 음모를 너무나 뻔뻔스럽게 노골적으로 내보이는 정권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2020년 7월)

3 Comments

  1. 탠핵이 너무 안타깝고 많이 염려스럽읍니다.
    역사는 돼풀이 될까요? 슬기스러운 판결, 지혜, 정치는 드물고 귀한가 봅니다. 이제는 기다리며 다음 단계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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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제 뉴스에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람이 검찰에서 세월호 7시간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며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소환조사로 시작하지만 정치쇼로 전락하며 구속수사로 가면 삼성 부회장 같이 수갑차고 끌려 다니게 되는 것 아닙니까? 꼭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감정을 건드리고 철천지한(徹天之恨) 원수가 되면 정말 화합은 요원하지요. 이것은 더 이상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고 두 이념, 촛불과 태극기의 관계입니다. 한국은 역시 정치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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