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 식탐하는 목사

어느 장례식에 참석한 후 유가족이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 가게 되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장례예배를 집례한 목사와 한 식탁에 앉게 되었다. 식사를 주문하는데 마침 도착한 유가족 대표가 아무거나 잡수시고 싶으신 대로 마음껏 주문하시라고 한다. Lunch Special에 국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로 들었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는 예의 목사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3인분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때 마침 그 날은 사순절 중이었다. 보아하니 혈기왕성한 나이인 것 같은데, 내 눈에는 그 혈기를 하나도 절제하지 못하는 개념 없는 목사로만 비치었다.

부활절로부터 주일을 뺀 40일을 거꾸로 계산하면 7주째 수요일이 되는데 이를 재의 수요일이라 하며 이날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 성도들은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경건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향한 소망을 다시한번 새기는 그런 절기이다. 왜 유독 40일일까? 성경에는 40일이라는 기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시내산에 올라간 모세의 40일 금식, 주님이 광야에서 받으신 40일간의 시험, 주님의 부활 후 승천까지의 40일 등이 그것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40년간 방황하였는데 이렇듯 40이란 숫자는 성경에 고난과 시험을, 그러나 그를 통하여 새로워 지는 소망의 기간을 뜻한다. 그런 사순절에 식탐하는 그 목사에게서 경건함이나 절제하는 모습은 눈을 씻어도 보이지 않는다. 육신의 소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개념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그 뜻이 복잡하다. 사전적 정의는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여러 관념 중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들을 모아서 얻은 관념’이다. 한영사전을 보면 개념을 영어로 concept라고 되어 있다. Concept의 뜻은 ‘an idea of something formed by mentally combining all its characteristics’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철학적으로 가면 보편성, 동일성, 집합성, 관계성, 구체성, 추상성, 절대성, 상대성 등등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단어를 등장시키며 특정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여하간 개념이 없다는 말을 요약하자면 세상에 있는 사물과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인식하고 처리(process)하는 능력이 없거나 아주 둔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개념 없은 사람’ 하면 상식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개념 없는 사람이 목사가 되면 굉장히 피곤하겠다. 설교가 논리적이지 못하고 상식적이지도 못하다면 참 큰일이다. 자기가 설교한 것도 왜 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겠다. 그리고 그 설교를 구체적으로 자기가 어떻게 삶에서 적용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에도 해답이 보이지 않겠다. 사순절 중 3인분의 음식을 해치운 그 목사도 여느 목사가 하듯 사순절 동안 성도들은 경건하고 검소하게 절제하는 생활을 하라고 타 일렀겠지. 사순절을 보다 더 경건하게 보내는 방법으로 말씀묵상, 기도, 금식 등등을 의례적으로 말했지만, 영혼이 들어있지 않은 녹음기의 재생과 같은 수준이었겠지. 이렇게 식탐하는 목사들의 특징은 부흥회를 먹는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부흥강사 식사대접에 여간 공을 드리는 것이 아니다. 영적으로 깨어 있는 부흥강사들은 먹는 일에 그렇게 열정적이지가 않다. 그런 부흥강사들은 말씀증거에 더 초점을 두다 보니 종종 점심을 거르는데, 부흥회가 열린 교회의 식탐하는 목사에게 그런 일은 아주 큰 낭패이다.

개념 없는 목사란 자기가 한 설교 내용과 동 떨어진 삶을 사는 목사들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설교는 말 뿐이라고 생각하는 목사들이다. 설교에 영성을 담아 성도들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기위해 최대로 노력한다는 자각이 없는 목사들이다. 교회를 고소하고, 여신도와 간음하고, 교회 돈 떼어 먹고, 논문 표절하고, 절제하라고 하고 자기는 식탐하고 …. 교회를 고소한 목사보다 사순절에 식탐한게 그래도 개념이 좀 더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것이야 말로 더 개념 없는 사고방식이다. 왜 요즘에는 이렇게 개념 없는 목사들이 많아진 것일까? 이런 목사들을 대할 때 우리 평신도들은 과연 벙어리 냉가슴으로 앓아야만 하나?

(2018년 3월)

2 Comments

    1. I think the issue here is individual basis, not systemic nor organizational. Rotten apples, so to speak. Some simply do not grasp what it takes to be a pastor. Hence, 개념 없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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