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havn에서 유람선을 타고 나가는데 바람도 술렁술렁 불고 하늘이 우중충한 게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유람선 관광은 약 1시간정도인데, 비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구도나 초점이 급하게 찍은 스냅사진들을 중심으로, 뱃길과 눈길을 끈 주변의 장면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
2. 잠수함 Sælen S323
3. 작은인어동상
4. 항만관리소와 왕실 부속건물
5. Frederik 교회
6. Church of Our Saviour
7. 니콜라스 현대 예술관
8. Christiansborg 궁
9. 상공회의소

운하를 나와서 왼쪽으로 방향을 트니 바로 오른쪽에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건설하여 2005년에 개관한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는 덴마크의 국립 오페라관이다. 최근에 지어졌기에 세계적으로 가장 최신식 시설을 갖춘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오케스트라 크기에 따라 관람석을 최대 1703석까지 조정 가능 및 각 자리에서 시야가 막히는 것을 최소화한 설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의 전면을 찍으려고 각도를 잡는데 가이드가 안에 보이는 샹들리에가 유명하다는 말에 후다닥 zoom in. 정문을 통해 중앙 홀로 들어서면 3개의 구(球)형 샹들리에가 있는데 여러 개의 유리조각을 서로 다른 각도로 조합하여 빛이 통과하기도 하고 반사되기도 하여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고 착시현상으로 모양까지도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를 좀 지나면 잠수함이 하나 덩그마니 있다. 이 잠수함은 원래 1965년에 독일이 노르웨이 해군을 위하여 건조하여 25년간 취역(就役)하였다. 1990년에 덴마크가 구입하였는데 같은 해 12월에 예인 중 침몰하였다. 약 2주만에 인양하여 수리를 거쳐 1993년 8월에 현역으로 복귀하였다. 그 후 덴마크 해군 잠수함으로 배치되어 2002년에는 이락전에 참전하기도 하였다. 2004년에 퇴역하고 현재로는 덴마크 해군 박물관 앞에 이렇게 전시되어 있다.

조금 더 가다 왼쪽으로 방향전환하여 서쪽 해안으로 다가가면 작은인어동상(Den Lille Havfrue, The Little Mermaid)이 나온다. 안데르센(Andersen)의 동명 동화에 근거하여 1913년에 세워진 동상으로 이름과 같이 동상 자체도 높이 4.1 ft (1.25 m)로 자그마한다. 바다 쪽에서 보면 동상의 등만 보인다.

해변가에 설치된 이 동상은 1960년대부터 머리나 팔의 절단, 또는 폭약을 사용하여 설치된 바위로부터 날려버리는 등의 수많은 훼손(毁損, vandalism)을 당하였다. 그 때마다 절단된 부분이 발견되면 수리하여 아니면 새로 만들어 붙이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파괴적인 훼손 외에도 무슬림 식의 옷을 입히거나 페인트를 퍼 붇는 등, 그리고 관광객들이 기어오르다 떨어지고 물에 빠지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위치를 더 바다 안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대로 두기로 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13세기에 코펜하겐 항 입구에 해당하는 곳에 입항하는 화물선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하여 세관건물이 지어졌다. 또한 덴마크를 방문하는 외국 사신과 귀족들을 환영하기 위한 부속시설도 세워졌다. 1868년에 항만관리소(Port Authority)가 들어섰고 그 앞에 2개의 부속건물이 1905년에 세워졌다. 1973년 이 두건물을 제외한 세관건물 대다수가 철거되고 재개발되었는데 해운회사 Mærsk 본사와 덴마크 에너지공사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왕실 부속건물은 왕족들이 항만 반대쪽에 정박해 있는 왕실 요트를 타러 갈 때 사용되고 있다.

Frederik 교회는 1740년에 설계되었고 1749년에 건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재정압박으로 1754년에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150여년이 지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원래 설계에 들어 있던 대리석을 화강암으로 바꾸는 등의 경비절감을 거쳐 교회가 완공되어 드디어 1894년에 공개되었다. 이 교회의 돔은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교회의 돔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는 바다를 가운데 두고 거의 일직선 상에 지어졌다.

나선형 첨탑으로 유명한 이 교회는 1695에 지어졌는데 당시에는 첨탑이 없었다. 1752년에 첨탑이 더해졌고 외부에 있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성 니콜라스 교회는 13세기 초에 지어졌으며 1795년에 화재로 거의 모두가 소실되었다. 1900년 초에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1912년에 현재의 교회건물이 완성되었다. 1957년부터 부분적으로 예술품 전시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니콜라스 현대 예술관으로 탈바꿈하였다.

현재의 Christiansborg 궁은 2개의 성과 3번에 걸친 건축 끝에 세워진 궁이다. 1167년에 세워진 Absalon’s Castle은 1369년에 Hanseatic League(한자동맹, 북유럽 도시들의 해상무역 연맹)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14세기 말 같은 자리에 지은 Copenhagen Castle은 증축을 거듭한 결과 구조상의 문제로 무너지기 시작하여 1731년에 철거하고 새로운 궁을 세우게 되었다. 1745년에 Christiansborg 궁의 일차 공사가 끝났는데 1794년에 화재로 대부분이 소실되고 만다. 1803년에 두번째 궁이 완성되었는데 1884년에 화재로 또 소실되었다. 그 후 20여년간 정치적 혼란기를 맞아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않다 비로소 1907년에 세번째 궁이 착공되어 1928년에 현재의 건물이 완공되었다. 그 후 사진에서 보듯 2개의 왕관을 첨탑 위에 올려서 코펜하겐에서 제일 높은 탑이 되었다. 현재로 이 궁에는 왕실 접견실이 있으며 덴마크 의회 의사당, 총리 관저 및 대법원 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북유럽 국가간 무역의 중심지로 덴마크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17세기에 지어진 Børsen (Stock Exchange) 건물은 꽈배기같은 첨탑으로 유명하다. 첨탑의 밑 부분을 zoom in 해서 자세히 보면 용이 꼬리를 들고 엎드려 있는데 4마리의 용꼬리들이 이렇게 배배 꼬인 것이다. 1974년까지 덴마크 주식시장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덴마크 상공회의소로 사용되고 있다.
유람선을 타고 좁은 운하를 지나며 사진을 찍다 보니 큰 건물들은 너무 가까워 찍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높이 올라간 탑들을 주로 찍게 되었는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코펜하겐은 탑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유람선을 타고 한 40여분쯤 되었는데 드디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배에는 일회용 비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허겁지겁 입으려 하지만 워낙 얇은 자재로 만든 것이라 잘 펴지지도 않는다. 되는대로 뒤집어쓰기도 하며 여기저기서 한바탕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선착장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쳐서 비옷을 그냥 입고 있기도 벗기도 한, 이번 여행을 말 그대로 한배를 타고 내내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신 분들.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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