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 크루즈 – 코펜하겐 (3)

코펜하겐에 관한 두번째 글에서 소개한 왕실 부속건물의 북서쪽을 보면 별모양을 한 요새가 있고 이를 둘러싼 해자(垓字, moat)가 있다. 이 요새는 단순히 요새라는 뜻으로 Kastellet(Citadel)이라 불리는데 코펜하겐 항구를 지키기 위하여 1626년부터 약 20여년에 걸쳐 지어졌다. 17세기 중엽에 스웨덴의 공격을 받고, 19세기 초에 영국의 공격을 받으며 요새 강화 공사가 계속되었다. 현재 이 곳에는 덴마크 국토방위대와 군사정보처가 들어가 있고 대부분이 공원으로 공개되어 있다.

별모양의 아래 오른쪽 끝을 건너면 게피온 분수(Gefionspringvandet)가 있다. 이 분수는 덴마크의 대표적 맥주회사인 Carlsberg가 회사설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코펜하겐 시에 기증하여 1908년에 공개되었다.

게피온 분수

게피온 분수는 코펜하겐이 있는 쉐랜(Sjælland, Zealand) 섬 창조의 신화를 담고 있다. 고대 노르웨이(Norse) 윙글링(Ynglinga) 전설에 의하면 스웨덴 왕 귈피(Gylfi)는 여신 게피온(Gefjon)의 유혹에 빠져 게피온이 하루 밤에 쟁기로 간 만큼의 땅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이에 게피온은 4아들을 황소로 둔갑시켜 밤새껏 땅을 갈았고, 그 크기만큼 스웨덴에서 땅을 떼어 바다에 던져 생긴 섬이 쉐렌 섬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로 스웨덴에 생긴 호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베네른(Vänern) 호수가 크기와 모양이 쉐렌 섬과 가장 흡사하여 유력(?)한 후보자라 한다.

게피온 분수
게피온 분수와 성 알반(St. Alban’s) 교회

게피온 분수 바로 옆에는, 로마제국에 의해 3세기경에 처형된 최초의 영국인 순교자 알반(Alban)을 기념하여 1887년에 지어진, 성 알반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단순히 영국교회(English Church)라고도 불리운다. 16세기부터 코펜하겐이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교역국들이 이곳에 대표부를 세우기 시작하다. 19세기 들어 영국인들의 숫자가 증가하며 영국인들을 위한 교회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덴마크 왕실의 허락을 받고 이 교회가 세워졌다. 지금은 모든 인종을 위한, 덴마크에 있는 유일한 영국 성공회 유럽교구에 속한 교회이며 영어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게피온 분수와 성 알반(St. Alban’s) 교회

게피온 분수에서 남쪽으로 난 길 Amaliegade를 따라 10분정도 걸어가면 덴마크 왕족이 거주하는 에멜리엔 궁(Amalienborg)이 나온다.

에멜리엔 궁 약도

프레데릭 5세는 1748 에 올덴부르(Oldenburg) 가의 왕위계승 300주년을 기념하여 코펜하겐의 중심부에 프레데릭 구(Frederiksstaden)를 지정하였다. 이 구역의 일부를 8각형의 뜰(Courtyard)을 짓고 그 주변에 4개의 똑 같은 건물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4명의 귀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건물들과 함께 뜰의 한가운데에 프레데릭 5세(Frederick V)의 승마상이 세워졌다. 그리하여 4명의 귀족 가족들이 살았는데, 1794년에 크리스티엔스 궁(Christiansborg)이 화재로 소실되어 왕실에서 구입하여 왕족들이 살기 시작하였다. 위의 그림에 있는 건물들의 이름은 원래 그곳에 살던 귀족들의 이름을 딴 것이고 왕궁으로 된 후의 이름들은 아래와 같다.

1. Levetzau’s Palace → Christian VIII’s Palace
2. Brockdorff’s Palace → Frederick VIII’s Palace
3. Schack’s Palace → Christian IX’s Palace
4. Moltke’s Palace → Frederick VII’s Palace
5. 프레데릭 5세의 승마상
6. 에멜리에 정원 및 분수
7. 프레데릭 교회

궁으로부터 운하 쪽에 있는 정원과 분수 및 운하 건너편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
궁 안뜰 중앙에 있는 프레데릭 5세의 승마상과 멀리 보이는 프레데릭 교회
Frederick VII’s Palace
Christian IX’s Palace와 Frederick VII’s Palace 사이에 있는 gate

코펜하겐 (2)에서 소개했던 Børsen 건물과 크리스티안스 궁(Christiansborg)이 있는 작은 섬에 왕실도서관이 있다.

왕실도서관 정원 연못에 있는 조형물

분수는 물이 항상 흐르거나 뿜어져 나오는데 이 조형물은 매 시간마다 물이 잠시 흘러나와 분수라 부르지 않고 굳이 번역하자면 분수조각(Water Sculpture)이라고 한다.

왕실도서관 정원에 있는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동상
크리스티안스 궁(christiansborg) 광장

크리스티안스 궁 광장에는 프레데릭 7(Frederik VII)세의 승마상이 있고 멀리 니콜라스 현대 예술관의 전신이었던 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크리스티안스 궁 안뜰에 볼거리가 더 많지만 단체로 다니다 보니 전혀 기회가 없었음이 아쉽다.

크리스티안스 궁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코펜하겐 시청과 시청광장(Rådhuspladsen)이 나온다.

시청광장 주변에는 당연히 시청, 그리고 호텔, 덴마크 일간뉴스 Politiken 본사 등의 건물들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공사가 여기저기 있어서 건물사진 찍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일기예보 용 여성상

시청광장 서쪽으로 길 건너에 있는 건물 모퉁이에 금도금을 한 2개의 여성상이 있는 나지막한 탑이 있다. 여성상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고 다른 하나는 우산을 쓰고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모습이다. 맑은 날에는 자전거 타는,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쓴 여성상을 앞으로 내보낸다 하는데, 우리가 간 날은 둘 다 숨어있는 모습이다. 그런 용도로 만들어져 이 여성상을 Vejrpigen(Weather Girl)이라 부른다. 같은 건물에 태국항공 사무실이 있어 탑 위에 크게 광고판이 있다.

Lur Blower

시청광장 북동쪽 길 건너편에 기둥이 하나 있고 그 위에 2명의 루어(Lur) 연주자 동상이 있다. 루어는 5내지 6 feet 길이의 관악기로 음정을 조절하는 구멍이 없다. 중세기부터 사용된 이 악기는 나무나 동으로 만들었고 북부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및 남부 스웨덴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 동상은 덴마크 맥주회사 Carlsberg가 회사 설립자 J. C. Jacobsen 생일 100주년을 기념하여 1914년에 시에 기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용 분수 (Credit: Ezioman https://www.flickr.com/people/70985593@N00)

시청광장 남서쪽에 용과 황소가 싸우는 형상을 한 분수가 있다. 1889년 Amager 광장에 설치할 조형물을 공모하였는데 그 때 출품작 중 하나를 선발하여 1904년부터 부분적으로 제작이 시작되었고 1923년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코펜하겐 시가지의 확장 및 개발에 따라 여러 번 자리를 옮기다 2001에 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때마침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빌려온 사진으로 대신한다.

안데르센 동상

시청광장 남쪽 코너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작가 안데르센의 동상이 있다. 그는 기행문, 소설 및 시, 또한 극작가로서 다양한 작품을 집필했지만 “작은 인어”, “임금님의 옷” 등의 동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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