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 크루즈 – 코펜하겐 (4)

코펜하겐에서 북서쪽으로 약 24 mi (33 Km) 떨어진 도시 힐라러드(Hillerød)에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르네상스 풍의 프레데릭 성(Frederiksborg Slot)이 있다. 프레데릭 성은 크루즈가 끝난 날 찾아간 곳이지만 크게 보면 코펜하겐에 속한 곳이라 그냥 여기에 포함시켰다. 덴마크 기행문을 쓰며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바로 성이나 궁의 이름들이다. Borg나 Slot 모두 영어로 하면 Castle 또는 Palace이다. 따라서 이 성의 공식 이름에는 성이라는 뜻이 겹쳐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성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할 때 ‘프레데릭 성’이어야 하나 아니면 ‘프레데릭보 성’이라고 하나이다. 아마도 borg를 성(궁) 이름 끝에 붙여서 고유명사화 하고 다시 slot을 더해서 성(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한강을 영어로 할 때 Han River인가 아니면 Hangang River 인가? 덴마크 고유명사를 우리 말로 표기하자면 어느 게 맞을까? 더 적합한 예로 설악산(雪岳山)을 보면, 岳은 큰 산이라는 뜻이고 山은 산이나 무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설악산은 눈 덥힌 큰 산 산? 기행문 도중에 무슨 소리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외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한글로 표기할 때 항상 느꼈던 문제점 중 하나를 피력해 보았다.

16세기 중엽에 덴마크 왕 프레데릭 2세는 노르웨이도 통치하였다. 내륙에 성을 짓고자 했던 그는 힐라러드(Hillerød)의 영주와 저택을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을 증축하기 시작하여 1588년에 완공하였다. 프레데릭 2세의 아들 크리스티안 4세(Christian IV)는 이 성에서 태어났고 이 성에서 왕위를 이어받았다. 크리스티안 4세는 아버지가 지은 성을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성을 지었는데 1620년경에 완성하였다. 1648년에 크리스티안 4세가 죽은 후 프레데릭 성은 왕실의 연회나 대관식 때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1850년 초기부터 프레데릭 7세가 다시 이 성에서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1859년 겨울에 난방용으로 피운 불이 번져서 성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고 만다. 보수공사를 계기로 프레데릭 성을 역사박물관으로 공개하기로 1878년에 결정하고, 1882년에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3개의 섬에 있는 프레데릭 성과 부속건물

프레데릭 성은 호수 Slotssøen(Castle Lake)에 있는 3개의 작은 섬들에 지어졌다. 북쪽 섬에 성의 본채가 있고 나머지 두 섬에는 부속건물들이 있다.

바로크 정원과 프레데릭 성
바로크 정원과 프레데릭 성 (Credit: dnm.dk)

북쪽으로부터 프레데릭 성을 향하여 가자면 바로크 풍의 정원을 지나가게 된다. 잘 손질된 나무들과 나지막한 관목(灌木)들, 그 사이를 층을 이루며 흐르는 물길과 분수 등으로 고급스럽고 평화로운 정경이다.

바로크 정원에 있는 층층이 흐르는 물길과 분수
바로크 정원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본 프레데릭 성의 뒷모습
프레데릭 성
가운데 섬의 뜰에 있는 넵튠(Neptune) 분수와 부속건물

원래의 넵튠 분수는 덴마크가 스웨덴의 통치하에 있었던 1659년에 빼앗겨 스웨덴으로 옮겨졌다. 현재의 분수는 복사품으로, 프레데릭 성의 화재보수 공사가 끝난 후인 1888년에, 덴마크 맥주(Carlsberg) 재벌 Jacobsen이 기증한 것이다.

중간 섬에서 본 프레데릭 성의 전면

왼쪽이 예배당(Chapel) 부분이고 가운데 및 오른쪽 부분이 역사박물관이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은 주일이라 예배가 있어서 예배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박물관도 빨리 지나가다 보니 사진 찍을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중간 섬에서 다리를 건너 성 안뜰로 들어가는 문
성 안뜰에서 본 사진 한 장에 담기에는 너무 가깝고 너무 큰 본채 건물
벽 한쪽에 있는 조형물
Rose Room

12개의 둥근 천장(vault)과 이를 바치고 있는 기둥들로 구성된 Rose Room은 왕과 귀족들이 식사를 하던 방이다.

Great Hall
Great Hall (Credit: dnm.dk)

Great Hall은 왕실이 연회를 주최했던 방으로 3개의 샹들리에와 천장을 장식한 정교한 목각 패널들로 유명하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있어 사람들 머리 위로 천장 사진이나 겨우 찍었고 전체적인 사진은 빌려왔다. 단체관광은 짧은 시간에 많이는 보는 장점이 있지만, 특히 박물관같이 수많은 소장품이 있는 곳에서, 자세히 보며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항상 아쉽다.

넵튠 분수와 남쪽 섬으로 가는 통로가 있는 (마침 공사 중인) 탑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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