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Bergen)은 노르웨이에서 오슬로 다음으로 큰 도시이며 1300년경까지 노르웨이의 수도였다. 1070년에 노르웨이 왕 올라프 3세(Olav III)가 세운 베르겐은 중세기에는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항구도시로 발전하여 해상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북위 60도가 넘는 북쪽에 있지만, 베르겐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북쪽으로부터의 바람을 막아주고 또한 서쪽에 위치한 큰 섬들이 북대서양 영향의 방패가 되어, 같은 위도에 있는 여느 도시보다 날씨가 포근한 편에 속한다. 베르겐의 날씨는 변덕스러운데 유럽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도시로 일년 중 비가 오는 날이 평균 200여일이나 된다. 해가 쨍쨍 비추다 비가 오는 경우도 흔하다.
베르겐에 도착하였는데 다행히 날씨가 청명하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어떻게 될지 몰라 Fløyen 산위에 있는 전망대를 먼저 가기로 하였다. 이 전망대는 베르겐 항구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찻길도 있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가장 빠른 길은 Fløibanen 강삭철도(funicular)를 타는 것이다. Fløibanen 역은 베르겐 중심가에 있는데 Bryggen 부둣가와 Fisketorget(Fish Market)에서 아주 가깝다. Fløibanen은 중간에 3개의 역이 있고 해발 약 1,050 ft(320 m)인 정상까지 가는데 8분정도 걸린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바람이 불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게 날씨가 심상치가 않아 서둘러 내려와서 숙소로 이동하였다. 다음 날은 베르겐 시내에서 남쪽으로 9 mile (15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노르웨이의 음악가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의 생가와 박물관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로 손꼽힌다. 그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보헤미아 혈통으로 체코의 스메타나와 더불어 민족주의 음악가로도 알려져 있다. 음악가 집안에 태어난 그리그는 일찍이 어머니로부터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 15살 때 독일에 있는 음악 전문학교(Conservatory)에 입학하였으며 그곳에서 멘델스존 슈만 등의 영향을 받았다. 17살 때 폐결핵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였다. 그는 24살 때 소프라노 성악가인 외사촌 Nina Hagerup과 결혼하였는데,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극진하였고, Nina는 그의 반주에 맞추어 그가 작곡한 성악곡을 많이 불렀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그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가 살던 집 Troldhaugen이 박물관으로 공개되어 있다.











수많은 작품 중 그리그의 대표작으로는 가 단조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in A minor Op 16)과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희곡 페르 귄트(Peer Gynt)와 같은 제목으로 작곡된 부수음악(Incidental Music)을 꼽는다.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16은 그가 결혼한 이듬해인 1868년에 작곡하여 다음 해에 있었던 초연부터 각광을 받았다. 팀파니의 극적인 트레몰로(tremolo)와 이를 이어 열정적인 피아노의 카덴자(cadenza)로 시작하는 1악장부터 노르웨이 민속 무용곡풍의 론도(rondo) 형식이 소개되는 3악장까지 듣고 있자면 30여분이 그냥 지나가는 그런 음악이다.
입센은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후일 사실주의 현대극의 선구자로 불리웠다. 그의 대표작으로 브랜드(Brand), 페르 귄트(Peer Gynt), 인형의 집(Et Dukkehjem) 등을 꼽는다. 페르 귄트는 노르웨이 민속동화에 근거한 희곡인데, 패기만만한 청년 페르 귄트와 순박하기만 한 솔베이지(Solveig)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입센은 그리그에게 부수음악의 작곡을 부탁하였는데 당시 이름을 날리는 그의 부탁이지만 그리그는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작곡도 힘들여서 했다는 소문이다. 부수음악은 90분이나 되는 긴 음악이었는데, 약 15년 후에 8곡을 뽑아 2개의 4막 조곡으로 다시 발표하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솔베이지의 노래는, 세계 여행을 떠났다가 갖은 고생 끝에 늙고 병들어 돌아온 페르 귄트에게 평생 그를 기다린 솔베이지가 불러주는 일종의 자장가로, 원곡의 4막 마지막과 나중에 발표한 페르 귄트 조곡 2번 (Op 55) 마지막에 나오는 곡이다.
비가 계속 오는 가운데 베르겐 다운타운 관광을 강행했다. Bryggen(Dock) 지역은 한자동맹(Hanseatic League) 시대의 건물들과 인접한 Fisketorget(Fish Market) 때문에 꼭 들를 곳으로 꼽힌다.

1070년경에 베르겐이 세워지고 약 30년 후인 1100년경부터 Bryggen 지역에 부두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350년경에 한자동맹 사무실이 세워졌고 해상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사무실, 상점, 식당, 창고 등의 건물들이 들어섰다. 1702년에 화재로 많은 건물들이 소실되었으나 다시 복원되었다. 그 후에도 몇번의 화재와 복구를 거쳐 지금의 건물들로 베르겐의 얼굴과도 같은 곳이 되었다. 이제는 식당, 기념품 가게, 옷 가게 등이 들어있다.





Kjøttbasaren(Meat Bazaar) 건물은 인접한 광장에서 거래되는 식품들의 통제를 위해서 1876년에 건축되고 1877년에 공개된 44개의 점포를 포함한 시장이다. 그후 도서관, 어부 박물관, 시청부서 등등이 사용하다 1895년에 개축하고 이름을 지금의 Kjøttbasaren으로 바꾸었다. 1937년부터 이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운 고층 건물을 짓자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이던 중 개발파가 포기하였고, 1982년에 시의회에서 건축물보전을 결정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여러 상점과 Starbucks 및 Restaurant 1877이 들어있다.
베르겐에서 서쪽으로 약 108 mile (173 Km) 떨어져 있는 Vøringsfossen(뵈링스 폭포)는 약 597 ft(182 m) 높이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 중 하나이다.



(2019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