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 방역과 검역

요즘 전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우울하다. 그 와중에 한국 뉴스를 보면 거의 매일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방역’이다. 주로 정부의 방역 대응이 세계 최고라고 강조하며 자화자찬하는 정치꾼들의 꼴들인데 그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방역의 사전적 의미는 ‘전염병 따위를 퍼지지 않도록 예방함’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을 볼 때 필자가 떠올리는 단어는 ‘병원체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는 뜻의 검역이다. 의료 전문인은 아니지만 사전적 정의를 바탕으로, 감염원이 외부에 있는 경우의, 방역과 검역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정리해보았다.

한국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역에 실패하고 검역에 성공한 경우이다. 1차 방역은 중국 눈치 보느라 중국으로부터 오는 사람들을 지역과 국적을 불문하고 입국 통제하여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고, 국민들의 생명을 내어준 정치꾼들에 의하여 형편없이 무너진 상태로 이 상황은 시작되었다. 그래서 감염 주도 방역이라는 어느 신문에 실린 해학이 점철된 평론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 ‘감주방’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 외국인들이 한국에 가기를 꺼려하고, 있던 사람들도 떠나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창문 열어 놓고 모기 잡는 격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겨울이라 모기가 없다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답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국민들의 보건과 복지를 책임진 자가 갖고 있는 그 직에 대한 개념이 아재개그 수준이라는 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으로 외교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나 통제가 확산되자 그런 정책은 방역능력이 없는 나라들이나 하는 투박한 조치라는, 어떤 면으로 일리가 있지만, 외교부 수장으로써는 기상천외의 발언을 하였다. 이런 사태를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는 우물 안 개구리 생각에 그런 나라들에 전화를 하였는데 돌아온 답은 외교보다 방역이었다니 속된 말로 쪽팔린 꼴이 되었다. 그런데 유럽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하자 유럽인들의 입국을 통제하겠단다. 그런 짓은 능력 없는 나라나 하는 투박한 짓이라며? 중국에 하듯이 과학적이고 어쩌고 하며 다 그냥 받아들이지.

그러나 검역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근성으로 정말로 눈부시게 빨리 진행되어 왔다. ‘빨리빨리’라는 단어는 한국을 아주 쬐끔 아는 외국인들도 알아듣는 그리고 한국인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검역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었던 기조에는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다. 나는 이런 의료진들에 대해 기립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미국 서부 daylight saving 시간으로 3월 14일 오전 9시 통계에 의하면,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11개 나라 중 1% 미만인 4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 노르웨이 0.09%, 독일 0.2%, 한국 0.93%, 스위스 0.95%. 보호장비의 부족 속에서 자신이 감염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도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이러한 장비 부족 현상을 정부는 충분히 공급했지만 의료진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 두고 싶어해서 부족하게 느낀다고 예의 장관이 말했다니 또 한번 기가 막힌다. 검역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감염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다 보니 여타 지역에 대한 검역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유독 눈에 띠는 것은 중앙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정 지역자치단체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사령탑으로써 의료진과 의료시설 지원 및 타지역과의 협력을 주도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생색내기 위한 방문이나 성급한 종식 선언 같은 영양가 없는 말, lip service, 뿐이었다.

그러면 2차방역은 어땠나? 치료와 격리, 소독 및 계몽이 따라야 하는데, 병실의 부족으로 치료와 격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가족이 감염되거나 사망한 환자가 상당 수라는 사실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와 격리는 대단히 잘 진행되었다고 본다. 이 역시 의료진들의 헌신의 결과이다. 자가진단과 자가격리에 대한 계몽은 시민의식(Good Citizenship)에 의지하는 것인데 증상을 알고도 검사를 받지 않고 출근을 했거나 외출을 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일반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어 자랑스럽다. 마스크에 관한 계몽은 이리 저리 바뀌며 혼란만 가중시켰다 – 충분하다, 이걸 써라, 말아라,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 사라, 저렇게 사라 등등. 그런 와중에서도 정치꾼들은 전 정권과 비교해서 자기들이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내 새우느라, 메르스 때보다 지금이 더 낫지 않냐는 식의, 묘한 질문들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정치꾼들은 한 것도 없이 자기의 공을 돋보이게 하려고 내세우지만 정치인은 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실질적인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외신들이 한국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도한 내용은 방역에 관한 것이 아니고 검역과 치료에 관한 것임을 알기 바란다. 제발 정치꾼들은 대한민국의 방역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감염원 유입 차단을 위한 1차방역은 2020년 1월 31일 부로 14일 이내에 중국에 거주 내지 체류했던 모든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함으로 선제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인 검역을, 위기의식 실종으로, 즉각 대응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다. 급기야 3월 13일 국가비상을 선포하여 검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다. 방역에 성공하고 검역과 치료에서 깨지는 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높다는 예감이 든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의 사정은 좀 복잡하다. 각종 보도를 종합해 보면 2019년 11월에 최초로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나왔는데, 이 사실을 보고한 의사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하였고 질병 발생을 숨겨오다, 12월에 확산되기 시작하였고, 2020년 1월에 들어서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감염원이 국내이기 때문에 검역과 확산 방지가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전체주의국가 답게 진원지를 봉쇄하고 대응했지만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들을 세계는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신속한 발표와 국제공조를 제 때에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기시작하자 진원지가 중국이 아니고 미국이 중국에 퍼뜨린 것 같다는 식의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진이 보여준 희생적인 프로정신(professionalism)과 시민들의 성숙된 협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결사적인 응전태세에 경의를 표한다. 반면에 중앙정부의 우유부단함과 잘못된 것은 남 탓으로 만 돌리려는, 잘된 것은 다 지가 잘해서, 그리고 제 코가 석자인데 중국 걱정이나 하는 한심한 작태, 이러한 국가적인 아픔과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여야의 모든 정치꾼들에게, 위기상황이기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실망하였음을 토로한다. 끝으로 근무를 마치고 교대하기 위해서 나오는 의료진의 사진 하나를 소개한다. 장시간 마스크와 안면보호 장비 착용으로 얼굴에 깊은 자국에 상처까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찬고까지 붙이고 일한 이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검역과 치료는 세계의 으뜸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Credit: Yonhap News (연합뉴스)

(2020년 3월)

2 Comments

  1. 선거때가 가까우니 여당•야당 모두가 검은 수첩에 메모해 놓은 온갖 잔재주는 디 부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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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예한 대립 속에 서로 국민들의, 글자 그대로, 아픔과 대혼란인 이 상황을 어떻게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할까 궁리하는 ‘정치꾼’들의 언행에 실망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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