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3권분립

Prologue – 보통 글을 쓴 후에 벌어진 일로 추신(追伸)을 하는 경우 p.s.로 끝에 더했는데 오늘 뉴스를 접하고 너무나 기가 차서 글을 다시 쓸까 하다가 서문 형식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모 부장판사와 연관된 거짓말과 2020년 5월 당시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한다고 말한 녹취록이 보도되었다.

(출처: 중앙일보 김현서)

이제야 왜 문 정권의 공직자들은 1심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어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까지 유죄가 나오기 전에는 무죄라고 우기는지 알게 되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은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뜸 대역죄인 취급한다. 더 나가서 앞에 언급했던 모 부장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도 탄핵을 국회에서 가결하였다. 이렇게 누구냐에 따라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드리는 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의결한 판사 탄핵은 사법부 길들이기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문 정권은 선택적 3권분립이 아니고,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상황을 살펴야 하게끔 만들어, 시작부터 아예 3권분립이 없었던 것이 증명되었다. (2021년 2월)

국가의 민주적 통치 방법으로 정부를 몇 개의 부처로 나누어 각각에게 고유한 책임 영역을 부여한 제도를 권력분립이라 한다. 이것은 권력의 편중으로 벌어질 전체주의 또는 권위에 의한 독재를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도입되어 귀족들로 구성된 원로원이 있었다. 로마의 정치체제가 변화발전 하면서 원로원의 역할도 단순한 자문기관에서 국정결정 및 왕이나 황제를 선출하는 등의 변화를 거듭하였다. 하지만 귀족들로 구성되어 시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또 하나의 특권층이 되었거나, 황제가 막강한 권위를 휘둘러 원로들을 겁박하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권력분립의 대표적인 형태는 3권분립이며 그 개념은 계몽시대(Age of Enlightenment)의 불란서 정치사상가 몽테스큐(Montesquieu)에 의해서 정립되었으며, 행정, 입법 및 사법 3부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의 대다수 민주공화국가들은 이 3권분립을 헌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3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유영역에 대한 독립성과 책임, 서로 간의 견제 및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

3권분립을 헌법으로 정해 놓은 나라가 겪을 수 있는 문제는 2부처 또는 3부처 모두가 특정정파에 의해서 압도적으로 구성되었을 경우에 발생하기 쉽다. 분명히 독립되어 서로를 견제할 책임이 있지만 한 통속이 되어 굴러가면 본시 의도했던 권력분립이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은 나라에서는 상식과 헌법정신의 진정한 이해로 그런 일이 드물다.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에서 개성과 고집이 강한 대통령이 선출될 경우 권력분립에 단기적인 손상을 끼칠 수가 있다. 반면에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꾼들에 의해 정권이 설계되어 창출되고, 사회변혁을 과업으로 삼아 정권유지에 방점을 찍게 되면, 헌법개정 내지는 특별법 제정 등으로 권력분립의 안전장치에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가 있다. 나아가서 국가의 기본 가치관이 바뀌게 되면 그 회복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행정부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수장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과 위원장, 청장 및 기타 장들로 조직되어 있다. 사법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및 사법부의 장급(長級) 후보를 지명하고, 요식절차에 불과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국회의 동의에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입법부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간접 선출된 비례의원으로 구성된다. 작금 한국에서 문재인 정권과 여권 및 추미애 법무부의 합동 타격을 받고 있는 검찰은 구조적으로는 법무부에 소속되어 있는 외청(外廳: 부에 소속되어 있지만 계통 밖에 있고 특수 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행정부 소속이다. 검찰청은 매우 특수한 조직으로 여러 문서를 찾아보았지만 행정부의 법무부와의 관계를 간단명료하게 정의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관계법령을 찾아보기 전에는 법무부와 검찰과의 구조적 제도적 관계에 대한 세부사항을 알 길이 없을 것 같다.

검찰은 오랜 세월 ‘정권의 개’라는 오명(汚名)으로 불리었는데 이는 정권의 하명에 따라 그 입맛에 맞추어 정적(政敵)에게는 가혹하게, 실세(實勢)는 대충 덮는 수사를 하여 왔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이 존중되지 않고 강압적인 수사가 비일비재하여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조직으로 군림하였다. 따라서 검찰개혁이라는 대명제(大命題)는 시대의 변천과 함께 당연히 대두되어야 하는 과제였다. 문제는 이 숙제를 어떻게 푸는가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2명의 전 대통령과 그 당시의 정권인사들을 대거 수사하여 잡아드렸다. 그 공이 인정되어 윤석열은 검찰총장에 임명되었다.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검찰개혁을 주도하라는 부탁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검찰이 정말로 실세들의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하자 이들의 태도는 돌변하였다. 검찰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수사라며 법무부 장관을 통하여 검찰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실세의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들을 대거 좌천인사하고 급기야는 칼을 총장에게 겨누어 그의 목을 치려 들었다. 추미애가 이리저리 꾀를 쓰다가 2달 징계로 가닥을 잡자 참았던 윤석열은 드디어 쟁송절차에 돌입하였고, 법원은 징계 집행을 정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때마침 조국 부인 정경심에 대한 유죄판결도 있었기에, 전에도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공격하고 법원이 행정부 소속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다시 판사들에 대해서 사법 쿠데타, 사법부 탄핵, 사법 카르텔, 판검사 조리돌림 등의 거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권력분립에 의해 사법부에 부여된 독립성을 해치는 독한 말들이 나오고,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 이름으로 무슨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둥 정말 난리가 났다. 문 정권의 검찰개혁은 정권의 개로 확실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모든 수사권을 빼앗는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잠시 시계를 돌려 2018년 10월에 있었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후로 돌아가 보자. 일본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에 한국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을 매각하여 이를 해결하겠다고 일본에 통보하였다. 그러자 일본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고 이런 조치는 국가 간의 협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항의하였다. 여기에 대한 한국의 답변은 한국은 3권분립의 나라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고 정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법원의 판결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별의별 소리를 다 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걸핏하면 자기편에 – 이런 표현을 써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을 탄핵하겠다며, 그 편을 드는 시민들은 표적이 된 판사들의 신상을 털어 인터넷에 공개하여 사생활을 침해하고 겁박하는 몰염치한 짓들을 일삼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3권분립의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여기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3권분립은 선택적일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초석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저질러진 부정과 부패는, 서로에게 주어진 균형과 견제를 위한,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통하여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Epilogue –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정권은 결국 국민들의 믿음을 잃고, 그러한 국가는 국제적으로도 공신력을 잃어 여러모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논문. 한국은 2020년 World Justice Project 보고서에 의하면 128개국을 대상으로 법질서에 대한 8분야에 걸친 조사에서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 7, 16 page. 참고로 같은 보고서에 미국은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보고서는 법치주의의 제도적 측면을 위주로 연구하였는데 실제로 운영될 때 벌어지는 변칙과 반칙에 대해서는 얼마나 깊이 있는 조사가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위권의 나라들은 아프가니스탄, 볼리비아, 캄보디아, 카메룬, 콩고, 베네수엘라 이런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들은 모두가 저소득 국가에 속한다 – 20 page. 이런 나라들이 저소득 국가라 법치주의가 무너졌는지 법치주의가 무너지며 저소득국가가 되었는지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다른 나라는 모르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석유자원 덕에 남미에서는 꽤 잘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사회주의 독재정권이 들어서며 법치주의가 무너지며 남북미에 있는 32개국 중 경제력이 32등, 즉 꼴찌가 되었다. 법치주의와 법질서에 대한 분석의 대상이 된 8가지 분야와 세부 분야에 대해서는 보고서 page 12–14에, 각 분야 별로의 국가 순위는 22-29 page에, 한국에 대한 profile은 127 page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한국 Profile을 보면 1.1 Limits by legislature, 2.1 Absence of corruption in the Executive Branch, 3.2 Right to information, 4.1 No discrimination, 4.4 Freedom of expression, 4.7 Freedom of association, 6.2 No improper regulatory influence, 7.4 No improper government influence in civil justice, 8.6 No improper government influence in criminal justice 등의 항목에서 한국이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이 연구는 행정부와 입법무가 한 통속이 되어 법을 유린하는 작태와 편향된 일반 시민들의 압력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권이 지금 같은 주장과 반칙을 되풀이하고 밀고 나간다면 이러한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의 순위가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 이 연구가 현실을 적시한 자료들을 공정하게 수집하여 분석한다는 가정하에.

(2021년 1월)

4 Comments

  1. 전에는 핼조선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정권이 바뀌더니 더이상 않쓰네요. 지금보니 핼조선은 선동적 구호였던거 같어요. 지금같은 핼조선을 벗어나야 하는데 길이 보이지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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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시편 85편 7-13 <<

    7.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을 우리에게 보이시며 주의 구원을 우리에게 주소서
    8. 내가 하나님 여호와의 하실 말씀을 들으리니 대저 그 백성 그 성도에게 화평을 말씀하실 것이라 저희는 다시 망령된 데로 돌아가지 말지로다
    9. 진실로 그의 구원이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 가까우니 이에 영광이 우리 땅에 거하리이다
    10. 긍휼과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맞추었으며
    11. 진리는 땅에서 솟아나고 의는 하늘에서 하감하였도다
    12. 여호와께서 좋은 것을 주시리니 우리 땅이 그 산물을 내리로다
    13. 의가 주의 앞에 앞서 행하며 주의 종적으로 길을 삼으리로다

    결국은 종교/무종교를 떠나 이 말씀의 내용을 어떤 자유로운 성향과 방법으로 이해하고 추구하든지, 人倫과 天道의 연합을 갈망하여 힘쓰는 사람들의 노력이 만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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