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오바마

트럼프와 오바마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오바마는 Illinois 주 상원의원 무명(無名) 시절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자(Keynote Speaker)로 무대에 올라 청산유수 같은 달변으로 각광을 받고 바로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8년 미국 대선에 승리하여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것이다. 취임 10개월이 채 되기 전인 2009년 10월 9일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목되며 세계의 이목은 다시 오바마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당선자 시절에 이미 후보로 추천되었고, 취임하고 불과 열흘 남짓한 2009년 1월 31일에 노벨 위원회는 후보자 추천 접수를 마감하였다. 뚜렷한 공적이 없는 오바마를 수상자로 결정한 데에 대해 오바마 자신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고, 당시 외신들은 의혹과 잡음을 연일 보도하였다. 여하간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루즈벨트, 윌슨, 카터를 이어 4번째로 노벨평화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트럼프는 연예계와 부동산 사업으로, 또한 정치적인 발언도 종종하여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이다. 오바마의 실체 없는 유창한 연설과 기대와는 다른 기성 정치꾼의 모습을 보며 이에 식상한 미국인들에게, 혜성같이 나타난 트럼프는 직설적이고 쉬운 말로 blue collar 중산층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여, 절대 우위에 있었던 힐러리(Hillary Clinton)를 누르고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만들어 내고,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그러자 민주당의 트럼프에 대한 공격은 취임도 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힐러리 대선캠프에서 자금을 대어 작성된 흑색연구(Oppo Research) 자료를 근거로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탄핵하겠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취임 후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끊임없이 트럼프의 탄핵을 시도하였는데 그 중 2건이 하원에서 채택되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2번 탄핵 기소를 당하고,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에 탄핵 심판을 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참고로 미국의 대통령 탄핵은 하원이 검찰 역할을 하고 상원이 법원 역할을 한다. 2번째 탄핵안은 트럼프 재임 중인 2021년 1월 13일에 하원에서 채택되었고, 상원의 심리는 그가 퇴임한 후인 2021년 2월 9일에 시작되었다. 이렇게 오바마와 트럼프는 서로 결이 다른 최초 기록을 갖게 되었다.

오바마와 트럼프의 가장 큰 다른 점은 Political Correctness(PC)에 있다. 오바마는 PC에 신경을 많이 써서 말할 때 단어의 선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는 생각나는 대로 때로는 저속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오바마의 연설은 들을 때는 매끄럽고 그럴듯하지만 듣고 난 후에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고개가 갸웃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에 트럼프의 언변은 귀에 쏙 들어오지만 종종 말이 세어서 대변인이 좀 연하게 풀어서 설명을 곁들인 해명을 하곤 했다. 오바마는 911사태를 겪은 부쉬(Bush) 정권에서 시작된 이슬람 국가들과 경직된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하였다. 그래서 그는 Christmas 절기가 되면 누구나 인사로 했던 ‘Merry Christmas!’를 ‘Happy Holiday!’로 하기 시작하였다 – Fact Check. 그 시절 필자는 실제로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Happy Holiday라는 인사를 받고 Merry Christmas라고 답했던 기억이다. 달력에 분명히 Christmas로 되어 있는 날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고려해서 Christmas라는 말을 뺀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그들에게 Christmas는 아예 없고 따라서 Holiday도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에 트럼프는 이런 오바마를 틈만 있으면 공격하고 빼앗긴 Christmas를 되찾아 왔다고 수선을 떨며 Merry Christmas를 외치곤 했다.

오바마는, 이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별로 한 일도 없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트럼프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언질을 받고,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만 하면 노벨평화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에 김정은과 3번이나 회담을 하였다 –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첫 회담 후 문재인은 ‘노벨평화상은 트럼프에게 우리는 평화만’이라는 투의 발언도 하고 모두가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내보일 것 없는 그야말로 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오바마는, 그의 생부가 성인이 된 후에 무신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도라는 음모론 자들의 공격에, 자신이 개신교 교인임을 여러 차례 천명하였다. 시카고에 있는 Trinity United Church of Christ에 20년 이상을 다녔고 담임목사와는 절친한 사이로 자신에게는 mentor, 결혼식 주례 및 아이들의 대부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그런데 그 목사의 설교가 대부분 미국을 저주하고 극좌성향을 담고 있어 문제가 되자 그런 설교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하여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20년을 그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는 것 아니면 그런 설교를 들은 적이 없다는 것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트럼프 역시 개신교 교인이다. 그러나 그는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6월 1일에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어 비난을 받았다. 한 흑인이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목숨을 잃어 대규모 시위와 폭동이 벌어지고 있던 당시, 백악관에서 각료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St. John’s Episcopal Church로 걸어 가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교회건물 일부가 폭도들에 의해서 화재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부각시키고 법과 질서를 외친 것이다. 백악관에서 교회까지 걸어가기 위해서 시위군중을 물리적으로 몰아 내고, 폭동의 원인이 된 경찰의 과잉대응을 외면하고 일부 피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조롱하였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다.

진보적인 오바마는 친이민 및 인도적 정책을 표방하여 불법체류자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고 국경경비 강화를 소홀히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여 중남미 국가로부터 수천수만 명의 난민들이 도보로 멕시코와의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던지 일단 미국에 발을 들여 놓으면 비빌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에 트럼프는 주권국가의 요건은 시민, 영토, 시민을 대표하는 정부라는 전통적 정의에 의거해서 불법체류자 단속과 국경경비 강화를 약속하였다. 그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경비벽을 세우기 시작하였고,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는 미국으로의 불법입국을 노리는 행렬을 막지 않을 경우 경제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포하였다. 21세기에 다리를 놓아야지 벽을 쌓는다고 갖가지 흉을 들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으로 넘어 들어오려는 도보행진이 사라졌다. 바이든이 취임하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서 또 다시 수천의 행렬이 미국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다행히도 경제원조 중단을 우려한 과테말라가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여 미국까지 오지는 못하였다.

오바마 시절에 많은 시민들이 흑백간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초기에 지나치게 흑인 편에 선다는 비평을 받았다. 그 일 예가 Harvard 대학의 흑인 교수 Henry Gates의 구속과 그에 대한 오바마의 설익은 논평이었다 – Henry Louis Gates arrest controversy. 비슷한 사례가 많이 있었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우리 속담같이, 오바마는 흑백갈등의 완화에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였다. 트럼프 본인은 백호주의자가 아니라 하였지만 은연 중에 백인 편을 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재선에 실패한 그가 개표부정론 및 선거결과 불복에 관한 과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는데 그 결과적 산물이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의사당 난입사건이다. 여기에 참여한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사실은 인종간의 갈등에 새 불씨가 될까 하여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이 사건은 트럼프의 2차탄핵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오바마와 트럼프의 결정적 차이점은 대통령직 퇴임 후의 삶이다.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으며 우아한 삶을 살겠지만 트럼프는 편향적 시민들의 지지 가운데 옛날부터 있었던 탈세 의혹으로 여러 수사를 받으며 힘든 삶을 살 것으로 보인다.

(2021년 2월)

2 Comments

  1. It’s a shame that in a country like the US people are only left with mediocre presidential candidates such as Bushes, Clintons, Obama, Trump, Biden, etc. The real good candidates are reluctant to be vulnerable to the attacks from the immature media whose goal is only to uncover any small bits of insignificant info to blow them up and sensationalize to n-th degree to please the dumb mass who are only interested in goss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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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o you remember an episode with the ex Korean president Park while she was in the office? I think she nominated a Korean American to lead Ministry of Science. He was a renowned technocrat and entrepreneur, and an American citizen. He was willing to give up his highly coveted job and citizenship so that he could serve his mother country. However, he changed his mind due to all those talking heads and corrupt politicians attacking him for no good reasons. Good and smart people are just not interested in politics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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