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Sum은 여러 개체로 구성된 집단에서 발생되는 개개의 이득과 손실을 합하면 0이 된다는 수학적 개념이다. Zero Sum Game은 이러한 개념에 근거한 놀이 또는 현상을 지칭한다. 물리학, 역학, 화학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에너지 불변의 법칙 (이것은 옛날 표현이고 요새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 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질량 보존의 법칙 등이 그것이다. 에너지 또는 물질의 형태가 바뀌어도 에너지 또는 질량의 총량은 바뀌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에서 손실되는 부분도 총량에 포함하는데 일반적으로 손실이 없는 상황을 이상적으로 간주한다. 예로 전기모터를 보자. 전력을 공급받은 모터는 회전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이와 동반하여 열이 발생한다. 이때 공급된 전력의 양과 생성된 회전동력 및 열 에너지가 같아 에너지 총량이 보존되고, 입력(+)과 출력(-)을 합하면 zero sum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열은 실제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에 손실로 없어져 버린다. 이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은 검수완박으로 시끌시끌하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이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기겠다는 여권의 소위 검찰개혁 완결판이다. 이미 검찰은 대부분의 일상범죄 수사권을 경찰로 이첩하였고 공수처 신설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도 빼앗긴 상태인데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나머지 수사권을 넘기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zero sum을 적용해 보자. 우선 수사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들만 따져보면 검찰에서 빠져나간 숫자와 여러 수사청에 분산된 숫자는 아마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의 형태에 따라 수사를 분리하고, 거기에 고위 공직자가 연관되어 있으면 또 떼어내고, 이런 식의 수사분리는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이며 빈 구멍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오랜 경험을 토대로 쌓인 수사기법과 수사력, 실세에 대한 수사 의지 등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마치 전기모터가 돌 때 열손실이 생기는 것과 같다. 특수 중대범죄 및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력의 총량이 검수완박 전과 후에 과연 같을까?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졸속으로 검수완박을 밀어붙인다면 반드시 빈구멍이 생기고 zero sum game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설계 미숙으로 인한 빈구멍보다는 계획된 빈구멍이 더 우려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결정권과 독립성에 있어서 점선(dotted line, 직접적 통제관계가 아닌) 관계이다. 하지만 신설되는 수사기관과 경찰은 행정부 소속으로 실선(實線: solid line, 직접적 통제관계) 관계로 독립성의 보장은, 그간에 점선관계인 검찰의 독립성을 끊임없이 훼손해온 행태로 보아, 말뿐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은 이득을 볼 것이고 국민들은 무엇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당하는 황당한 꼴이 될 것이다. 작금 벌어진 LH 사태 수사를 검찰을 빼고 미적거리다 여론이 들끓으니 마지못해 검찰을 들러리 세우듯 하는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흥미롭다.
(2021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