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cel Culture – 상쇄 문화현상

미국은 칠팔 년 전에 만들어진 신조어 Cancel Culture가 요즘 심심치 않게 화제에 오른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상쇄(相殺) 문화’ 정도가 되겠는데 광범위하게 쓰여지는 경우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상쇄 문화현상’ 또는 ‘취소 문화현상’이라고 해 보았다. 원래는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인(公人) 또는 회사나 상품에 대한 지지를 취소하는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주로 개인의 부정적 경험들을 토대로 social media를 통하여 벌어졌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의 언행을 열거하고 면전에 ‘I am canceling you!’, 당사자는 ‘I was canceled.’ 식으로 1:1, 좀 나가면 거기에 동의하는 몇몇 친구들이 가세하는 식이었다. 우리 말로 ‘너와는 더 이상 친구가 아냐’ 또는 ‘너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어’ 정도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우리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아래에 김시복 님의 comment가 적절하여 본문에 넣었습니다. 점차 이런 개인적이고 소규모의 현상을 넘어서 대중적 불매운동, 구독 취소, 시청 거부, 더 나아가서 폭로를 동반한 공격 등의 보다 적극적인 행태로 과거보다 훨씬 많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공인들의 성폭행이나 성추행에 관한, 종교, 문화, 인종갈등 또는 성소수자에 관한 politically incorrect(이 단어 역시 한국말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이라는 직역은 원래의 뜻을 제대로 담고 있지 않아 불편하다)한 언급에 대한 폭로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이삼십 년 전에 했던 말까지, 당시로는 크게 흠 잡힐 일도 아닌데, 들추어 내서 당사자가 매장당하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명인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겨보던 책(예: Dr. Seuss)도 만화영화(예: Dumbo)도 보다 더 강화된(?) 인종차별이라는 검열(?)에 걸려 cancel 되고 말았다. 이제는 어떤 소규모의 현상이 아니고, cancel 하는 측이나 cancel 당한 측이 물리적인 폭력에 연관되지 않은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매우 미묘한 주제로 서로 상반된 주장을 벌이며 하나의 movement(운동)가 된 느낌이다. 필자의 생각에 Cancel Culture는 원래 시작되었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는 대중 폭로의 양상으로 전진 발전하였다. 문제는 경제적 이득을 보기 위해서,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기위해서, 또는 정치적 모략과 술수로 근거 없이 무분별한 폭로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COVID Pandemic이 시작된 2020년 내내 New York주 지사 Cuomo와 Trump 사이에 많은 설전이 오갔다. 트럼프는 뉴욕에 살고 사업체도 있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주지사 및 시장과 이미 많은 갈등을 빚어 오고 있었다. 막말하기로 유명한 그는 탈세 등 여러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정치적인 수사라고 주지사, 주 검찰 및 시장을 공격적으로 비난하곤 했다. 보수를 표방한 트럼프는 진보적인 그들의 정책도 서슴없이 비난했었다. 그런 전력과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트럼프는 연방정부가 필요한 장비 확보 및 배급 등등 여러 방면에서 이 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연일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그런데 쿠오모가 산소호흡기도 부족하고 연방정부가 제대로 주정부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질세라 트럼프는 뉴욕주에 배당된 산소호흡기를 필요한 곳에 제대로 배당하지 못한 상황도 파악 못하면서 떠든다고 응수하곤 했다. 여하간 쿠오모는 코로나 사태에 잘 대처했다는 대중의 우호적인 평판을 받으며 정치적으로 유망하게 부각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대 반전이 시작되었다. 우선 뉴욕주의 양로원에서 발생한 코로나 사망자 수를 50%정도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여러 증인들이 나서고 진상조사를 한 결과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쿠오모 측은, 너무 많은 사망자가 트럼프에게 주지사를 공격할 빌미를 줄까 하는 우려에서 기인하였다는, 정말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해명을 하였다 – 참고 기사. 트럼프와 쿠오모 사이의 반목은 이런 일을 초래할 만큼 정말로 심각했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직 여성 보좌관들의 Me Too 폭로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현재로 그 숫자가 8명에 이르렀다. 그의 편에 서있던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제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주의회에서는 탄핵도 거론하기 시작하였다. 쿠오모의 경우 폭로의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무슨 개선장군인양 의기양양하던 쿠오모의 몰락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격화된 Cancel Culture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유명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에 대한 Me Too 열풍이 지나가고, 이제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저질렀던 소위 학교폭력 폭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대개의 폭로 대상자들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일단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아예 처음부터 강경하게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러한 폭로 중 상대방을 골탕 먹이고 또는 합의금을 뜯기 위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폭로가 사실일 경우 당사자는 큰 타격을 입고 해당 분야에서의 활동이 중단되고, TV의 경우는 ‘통편집’으로 아예 흔적을 지워버린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자란 지금의 학생이나 청년들이 일이십 년 후에 같은 식의 폭로 대상이 될까? 아니면 Cancel Culture는 하나의 과도기 현상일까? 이러한 현상이 하나의 학습효과를 불러 일으켜 서로 배려하여 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이루어질까? 정치꾼들의 해묵은 내로남불과 아시타비(我是他非)의 반복되는 행태를 보면, 보고 배우는 학습효과라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ancel Culture로 인하여, 한국이나 미국이나, 인격체로써 서로를 존중하는 양심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2021년 3월)

 

p.s. 한국에서 드라마 ‘조선 구마사’ 방영이 취소되었고 미국에서는 MLB가 Georgia 주에서 하려던 All-Star Game을 취소하는 등등, Cancel Culture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21년 4월)

p.p.s. New York주 지사 쿠오모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지 5개월여 만에 그 의혹들이 사실이었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앞으로 주의회에서 탄핵을 할지, 또는 법정으로 가서 시시비비를 가릴지는 아직 모르지만 바이든까지 나서서 사퇴해야 한다는 압력에 쿠오모가 드디어 사임하였다. 그의 동생 Chris는 CNN anchor로 형의 추문을 은폐하고 사실보도를 훼방한 일로 CNN이 그를 해임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진보방송인 CNN에서 보수를 폄훼하는 일에 앞장서온 그를 과연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cancel culture의 트집잡기가 아니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반응이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CNN도 견디지 못하고 동생 Chris Cuomo를 잘랐다. (2021년 12월)

2 Comments

  1. “난 너랑 상대 안해!” 가 Cancelling 의 core idea 로 들립니다.

    Amazon Prime video 가운데 “I and Thou” 철학의 Martin Buber 가 시사하는 “You are, therefore I am” 을 사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여유도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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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연했었는데 아주 적절한 idea를 주셨습니다. 본문에 반영해도 되겠지요? 그리고 Itinerary of a Humanist는 시간을 내어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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