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법을 낳는다

흔히 착한 사람을 가리켜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한다. 행동을 제약하는 법이 없어도 마치 법이 있듯이 나쁜 짓 하지 않고 착하게 산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농담같이 뒤집어서 쓰는 경우가 있다. ‘법이 없는데 못 살 사람이 어디 있어? 법이 있어도 잘 사는 사람이 진짜지.’ 법이 없으면 누구나 거리낄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는 뜻이다. 반면에 있는 법을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잘 지키고, 예를 들어 운전할 때 과속 한번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정말 착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새는 새로운 뜻이 첨가되었다 하는데 법이 있어도 요리조리 구멍을 찾아서 잘 산다는 뜻이란다.

법에 관해서 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로마시대의 법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의 ‘More law, less justice!’이다. 이 경구(警句)의 일차적 뜻은 법이란 개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에 법률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적 해석은 법이 복잡할수록 일반 서민들에게는 큰 제약이 되지만 부와 권력이 있는 자들에게는 법망을 피할 길이 있어 공평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구약의 율법은 모두 613 조항인데 그 중 248개가 꼭 해야 할 것들이고 365개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들이다. 이 모든 율법을 지켜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으니 실제로 아무도 구원을 받을 수가 없었던 것과 비교가 된다. 독일제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의 ‘Laws are like sausages, it is better not to see them being made.’ 또한 해학적이다. 지저분하고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많이 들어간다는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이 마치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고 통과시키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해서 소시지 업계에서 소시지 생산과정이 엄정하게 관리되고 위생적이기 때문에 입법과정과 비교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했다고 하니 재미있다. Obama Care로 더 잘 알려진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는 1,990 쪽에 달하는 방대한 법이다. 이 법안은 강제규정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공화당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상하원에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에 의해 통과되었다. 당시 하원의장이던 Nancy Pelosi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We have to pass the bill so that you can find out what is in it. 7새월간 엎치락뒤치락 하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법안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펠로시는 법안이 통과되어야 일반 시민들도 이 법안의 내용을 알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전자의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되곤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 국회의원들 중 자기가 투표하는, 그래서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법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법안이 상정되면 일단 해당 분과위원회에서 세밀하고 충분한 검토와 수정을 거쳐 표결에 부친다. 이렇게 분과위원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본 회의에서 다시 토론과 필요하다면 수정을 거쳐 표결하게 된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비슷한 절치를 거치는데 미국은 양원제임으로 상하원의 통과를 보아야 하는 차이가 있다. 입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분과위원회에서 행해지는 법안의 부정적 효과와 미비한 점들을 연구 검토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 쪽 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이 과정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 이념에 치중된 법안의 처리는 연구는커녕 토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밀어붙여 통과시키는 것이 허다하다. 이렇게 본회의까지 일사천리 격으로 통과된 법들은 시행하고 나서야 부작용과 허술한 구멍들이 발견되어 다시 뜯어 고치는 과정을 거치는데, 같은 국회일 경우 이 또한 일방적으로 가기가 십상(十常)이며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기도 한다. 정권이 바뀌고 국회의 구성이 반대로 바뀌면 대대적 개정이나 법령폐기까지도 시도된다. 이렇게 허겁지겁 이념에 쏠려 제정된 불완전한 법은 또 다른 법을 낳는 결과를 초래하니 실로 악순환인 것이다. 때로는 시대와 사회가 바뀌어 실정에 적합치 않은 조항들의 개정이 자연적으로 필요하여 의결되기도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심도 깊은 연구와 검토를 거쳐 정당 간의 합의를 통해 법령이 세워지는 것이다.

새로운 법을 제정할 때 가장 큰 병폐는 법안에 의원들이 자기네들 지역을 위한 소위 Pork Barrel을 끼워 넣거나, 법안에 반대하는 특정 의원의 찬성표를 유도하기위해서 그 주에 특별예산을 주는 따위의 행태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Louisiana Purchase로 알려진, Obama Care를 반대하던 당시 상원의원 Mary Landrieu의 찬성표를 위해서 그의 출신 주 Louisiana 의료보험 보조로 2억불($200 million)의 예산을 편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법안에 오류가 있어 실제로 43억불($4.3 billion)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 관계 기사. 이 오류는 법이 통과된 후에 발견되었는데 법안 자체가 하도 복잡하게 얽혀서 수정하기도 힘들어 그냥 돈을 주고 말았다 한다. 땀 흘려 번 돈에서 떼어간 세금이 이런 식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 유행 같은 정기 항공편 없는 공항 짓기, 산 깎아 자연경관 훼손하고 이용하지 않는 길 내기 등등.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출신 고장을 위하여 예산편성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정당한 의원활동이라 할 수 있겠지만, 불필요하거나 대가성의 예산편성은 혈세의 낭비로 꼭 없어져야 하겠다.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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