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11 테러공격의 주동세력인 알 케이다 조직에 대한 군사훈련 중지 및 수장 빈 라덴의 인도를 거부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군사작전을 영국과 연맹으로 2001년 10월 7일에 감행하였다. 목표는 전술한 알 케이다 대원 및 빈 라덴의 체포와 그들에게 동조한 탈레반 정권의 교체였다. 이 전쟁은 초기 목적 중 탈레반 정권 축출을 단시일에 달성하고 2001년 12월 17일에 끝났다. 대부분의 알 케이다 대원과 빈 라덴은 산악지역이나 파키스탄으로 도망갔고, 미군과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적 정권이 안정되는 과정을 지키기 위하여 계속 주둔하였다. 이에 NATO 주도 하에 UN결의로 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ISAF)가 2001년 12월 20일에 결성되었고, 미영을 포함한 NATO 29개국과 기타 한국을 포함한 24개국의 군사 및 의료 등의 지원으로 이어졌다. ISAF는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이 탈레반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아프가니스탄 군 자체로 안보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2014년 12월 28일에 해체되었다. 이를 이어서 아프가니스탄 군을 지원하기 위하여 Resolute Support Mission이 결성되었는데 이 역시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되어 NATO 국가들이 참여하였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는 2020년 2월에 탈레반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 여러 조건으로 미군을 2021년 8월까지 철수시키겠다는 Doha 평화협정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2021년 5월에 탈레반은 Doha 협정을 어기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1월에 취임한 바이든은 그러한 상황변동에 철군 일정을 밀고 당기다, 자국민 철수 및 장비와 무기 정리에 필요한 시간 등으로 반대하는 군수뇌부를 무시하고, 별안간 8월 31일로 결정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바이든은 이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로 20년이 지나도록 자국을 지키려는 신념과 능력이 없는 나라를 더 이상 도울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7월에 그가 했던 말과는 상반되기 때문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는 아프간 군이 30만에 이르고 연합군에 의해 잘 훈련되고 무장되어 안보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8원 16일에 한 대국민 담화문은 잘못된 판단에 대한 핑계일 뿐이다. 미국 매체들은 아프간 군은 실제로 약 6만명 정도였는데 정부와 군부의 부패로 불린 숫자만큼의 지원금과 무기를 받아 빼 돌리고 치부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군철수가 본격화하자 정부군 6만여명 중 약 반이 탈영하고 나머지도 전투의욕이 전혀 없고 오히려 탈레반에 동조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8월 초부터 가속된 탈레반의 반격은 격화되어 8월 6일 남서부 주 수도 Zaranj 점령을 시작으로 매일 다른 주요 도시를 하나씩 차지하더니 불과 11일째 되는 8월 16일에 수도 Kabul을 함락하기에 이르렀다 – Newsweek의 ‘전광석화 같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탈취’라는 제목의 기사 참조. 이는 90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으로, 정부군이 스스로 와해될 것을 예상 못한 미국정보체계의 완전실패 케이스로 두고두고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이 사태에서 필연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상황이 대한민국의 경우이다. 필자는 두가지만 비교해 보고 싶다. 우선 미국/바이든은 탈레반과 맺은 협정을 그들이 지킬 것으로 믿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아무리 야만적인 행동을 하는 국가와의 전쟁에서도 제네바 협정 등을 잘 지키도록 군인들을 교육하고 교전규칙도 까다롭다. 포로들 참수를 마지않는 테러리스트들과도 말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북한의 국제적 또는 한국과의 약속이행 성적은 어떤가? 막무가내 식으로 제 멋대로 하는 북한, 그들의 말이나 약속을 순진하게 믿고, 군복무 기간을 줄이고 국군의 훈련을 미루거나 축소하며, 국가의 미래를 무사안일하게 설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그 다음으로 집고 싶은 것이 대한민국 국군의 준비태세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주적(主敵) 개념이 없었다. 그들에게 탈레반은 목숨을 걸고 싸워서 막아야 할 주적이 아니었다. 탈레반은 그저 산 사람의 목을 따는 대항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러니 주적으로부터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의 생명과 자유를,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개념도 없는 것이다. 종교적 광신자로 구성된 광폭하기 그지없는 무리들이지만 같이 살아야 하는 한 민족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1995년에 최초로 ‘북한군은 주적’이라는 표현을 국방백서에 실었다. 그후 정권의 이념과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주적에 대한 표현이 이리저리 바뀌다가, 드디어 2018년부터 북한군이 적이라는 표현이나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다 – 중앙일보 해당 기사 참조. 새로운 개념은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위협을 상시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가 북한을 제외하고 또 어디에 있나? 왜 이 순간에도 휴전선에서 국군은 경비를 하나? 그런 상대를 명확하게 주적이라 하지 않는다면 국군의 존재와 휴전선 경계 이유를 흐리는 일이다.

현재 남북은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든 전쟁이 다시 발발할 수도 있다. 여권에서 나오는 북한은 남침할 의도도 능력도 없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미군이 과연 한국으로부터 철수할까 말까 하는 그런 논쟁도 중요하지가 않다. 일국의 군대는 그런 논쟁과 질문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만에 하나라도 벌어질 사태를 대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히 미군의 부재시, 북한이 남침을 전격적으로 전개했을 때 대한민국 국군이 이에 맞싸울 태세가 되어있는가이다. 50여년 전 군복무 시절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 너희들은 잔칫날을 위해서 키우는 돼지들이다. 다시 말해서 잔칫날 잡을 돼지, 즉 유사시에는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말하면 ‘라떼는 말이야’하는 꼰대라고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 그러나 해외에서 고국을, 특히 군을 보는 필자의 눈은 불안하다. 기강이 해이해진 징후가 일일이 열거하기에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장관부터 현역까지 모두가 군인 다와야 한다. 군인이 정권의 눈치나 보며 대북 경계태세에 빈 구멍이 생긴다면 불과 40여일 만에 낙동강까지 밀렸던 6.25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2021년 8월)
최근 나라의 원수를 포함하여, 왜 그렇게 종전선언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에만 매달리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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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은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드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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