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말 소동

요즈음 한국 매체들을 보면 준말이 너무나 많아 짐작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수시로 있다. 그나마 Google로 찾아볼 수가 있어 다행인데 어떤 때는 나의 상상이 완전히 빗나간 영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유독 듣기 싫은 준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특새’이다. 교회의 절기나 어려운 때에 특별새벽기도를 드리며 강대상에서 근엄한 표정을 지은 목사가 특새 어쩌고저쩌고하면, 늙은 꼴통이라 그런지, 아주 듣기가 싫다. 4마디 더하면 입이 부르트나?

한글에는 같은 자음 2개(쌍자음, ㄲ, ㄸ, ㅃ, ㅆ, ㅉ)를 함께 쓰면 된발음(경음, 硬音)이 되는 특성이 있지만 영어의 double consonants는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개가 자음으로 끝나는 동사의 과거형이나 현재진행형에 마지막 자음을 하나 더 붙여서 쓰는 경우 또는 단어 중간에 쌍자음으로 쓰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 이미 된발음(실제로는 경음과 다른 일종의 파열음)이기 때문에 더 세게 발음이 되지 않는다: 예로 stop-stopped-stopping 또는 matter. 발음의 종류별 분류에 대해서 좀 연구해볼까 했는데 너무나 어려워 바로 기권하였다. 여하간 한글의 된발음을 영어로 표기할 때 한글 식으로 발음이 비슷한 자음 2개를 붙여쓰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띤다. 한글 고유의 뜻을 굳이 영어로 번역하여 표기하는 것보다는 원어 발음으로 충실하게 표기하는 시도로 긍정적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미국에 있는 한국마켓에서 파는 떡을 영어로 ‘Rice Cake’이라고 표시하였었는데, 한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떡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장점이 있다. 근래에는 ‘Tteok – Korean Rice Cake’이라는 표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한국식 이름에 설명이 곁들여진 것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눈길을 받은 짜파게티의 미국 판 포장을 보면 상품명 고유명사로 ‘Chapagetti’라고 되어있고 아래에 ‘Jjajang Noodles’라고 되어 있다. 한글 쌍자음을 영어에 적용시킨 예이다. 하지만 영어에는 없는 쌍자음(gg, dd/tt, bb, ss, jj)의 경음화이기에 어떻게 발음할지는 한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예로 Egg는 그냥 ‘에그’이지 ‘에끄’가 아니다.

출처: Nongshim USA

근래에는 한글 발음을 영어로 표기하고 만든 준말까지 등장하며 바야흐로 준말 대잔치는 정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이다. 와중에 판사출신의 초선 국회의원이 6선 국회의장을 가리켜 GSGG라 하였다는 뉴스를 들었다. 무슨 뜻일까 잠시 상상했는데 곧 그 뜻이 떠 올랐다 – ㄱ ㅅ ㄲ. 그런데 이 위인이 짱구 굴려서 둘러대는 말이 정말로 웃겨서 옮기기도 귀찮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 모리배의 실상이다. 사법고시 합격하고 판사까지 했다는 인간의 됨됨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국제적 인권 및 언론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는 자신이 밀어붙이는 법안 상정을 좀 미루었다고 같은 당 국회의장을 이렇게 씹어 대는 걸 보면 상식과 공정은 차치하고 예의도 교양도 없는 꼴이라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정치가 썩었다고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회의원 거의가 인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야바위꾼과 모리배들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1년 9월)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