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판 후미에(踏繪)

이재명이 광주에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서서 윤석열은 이렇게 못할 거라고 말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참 비열하고 저질적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조폭에 새로 가입한 깡패에게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상대편 아무나 폭행하거나 칼로 찔러 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선 이 전두환 기념비는 무엇인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이 기념비는 1982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그의 전남 담양 방문을 기념하여 세워진 비석이었다. 이후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 땅에 박아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되었다 – ohmynews 관계기사

이 전두환 기념비는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 나오는 후미에를 연상시켰다. 소설 침묵은 일본에서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했던 160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횡횡했던 참혹한 고문과 후미에(踏繪) 등의 사실들을 토대로 쓰여 졌다. 등장인물들과 벌어지는 사건들도 사실에 근거하여 소설화한 것이다. 후미에는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그린 판을 말한다. 신도를 색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나 성문에 후미에를 깔아 놓고 그것을 밝고 지나가는 사람은 내버려 두었지만 피하여 가는 사람은 신자로 간주하고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렸다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느 누구도 자신의 민주주의 정신을 증명하기위해서, 무슨 시금석이라도 되는듯, 이 전두환 기념비를 밟아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 그것을 밟았다고 마치 무슨 영웅이라도 된 것같이 떠버리는 인간도 없었으면 좋겠다.

(2021년 11월)

p.s.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이제는 비석이 아니라 묘지 밟기가 시작될 것 같다. (2021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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