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대통령 놀이

지난번 소위 요소수 대란 때 이재명의 주재로 민주당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후보가 되면 당과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가 있나 보다. 현직 국회의원도 아닌 자가 국회의원들을 불러모으고 또한 행정부에서 할 일을 입법부가 나서는 모양새 이런 것들이 모두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선거철이라 해도 이런 식으로 나대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이 회의에서 결정한 것도 의례적인 것으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니 더욱 웃기는 것이다.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던 문재인이 워낙 당면한 국내문제로, 특히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닐 때에는, 전면에 나오는 일이 없다 보니 나서기 좋아하는 이재명이 또 초싹거리고 나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하고 부재중인 사이에 코로나 19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쯤 되면 이재명의 대통령 병, 아니 대통령 놀이는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루가 급한 상황이라는 핑계를 댔지만 아무리 문 대통령이 무능하다 하여도 호주에서 관계 장관 또는 책임부서장과 방역대책에 관해 소통하지 않았겠는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또한 자당 후보를 띠우기 위하여 여당과 합작한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1981년에 미국의 Reagan 대통령이 암살당할 번한 사건이 있었다. 총상을 입은 그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4성장군 출신 Alexander Haig가 ‘I am in control here’라고 하여 미국 정가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승계자였던 부통령 파파 부쉬(George H. W. Bush)가 Texas에서 급히 DC로 오는 중이었다. 미국은 대통령의 유고시에 권력승계 순위가 연방법령(Federal Statute)에 20위까지 명시되어 있다. 처음 4위까지 보면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President pro Tempore of the Senate, 이 자리는 설명이 좀 복잡하다), 국무장관. 그러니까 서열 4위가 대뜸 나선 것이다. 이 일로 Haig는 구설수에 올라 해명하느라 한동안 바빴다. 한국은 권한대행 승계 서열이 어떤가 찾아보니 19위까지 정해져 있는데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이런 순서다. 어디에도 대통령 후보는 없다. 물론 이재명이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하며 Haig가 했던 식의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대통령 같이 또는 그보다 앞서 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했다는 추측이 든다.

바야흐로 한국의 대선은 걱정했던 대로 진흙탕 싸움 속에 비선호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 최선의 후보가 아니고 차악(次惡)의 후보를 뽑는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서 언론에 보도된 양 후보의 문제들을 대략 살펴보자. 이재명은 사실로 확인되었거나 정황상 추론이 가능한 본인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 전과4범, 살인범 조카 변호, 친형 강제 입원 및 형수에게 쌍욕, 조폭 유착 및 대장동 연루 의혹, 아들의 확인된 도박중독 및 성매매 의혹, 일방적인 주장이지만 여배우와의 스캔들 등등 20여개의 범죄사실, 도덕적 결함내지는 의혹이 보도되어 있다. 반면에 검사생활을 오래한 윤석열은 대부분이 검사 또는 검찰총장으로서 어떤 사건 수사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이지만 아직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보다는 그의 부인 김건희에 대한 이재명 측의 공격이 상식의 도를 넘고 있다. 그의 이력이 대부분 허위라는 수많은 주장이 있지만 거의 다가 민주당 발(發)의 악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 월간조선의 김건희 학·경력 자료에 관한 기사 참조. 이 기사에 동감하는 것은 필자의 경험 때문이다 – 본인은 전기공학 약전을 전공하였는데 당시에는 전기공학과에 입학하고 2학년부터 강전과 약전으로 나뉘었다. 후에 약전을 따로 떼어 전자공학과가 생겼다. 졸업장은 전기공학이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니면 그냥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고 말한다. 이것이 허위인가? 김건희에 대한 가장 악질적인 의혹은 그가 쥴리라는 이름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주장이다. 증거는 하나도 없는 데 그냥 아니면 말고 식의 모함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배울만큼 배운 사람 중에도 이런 증거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물증에 따른 대법원 판결도 피고가 자기편이라면 부정하는 류이다.

최근 더팩트 취재진과 김건희의 조우 때 김건희가 보인 반응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실 그 사진을 보고 놀란 것은 김건희가 얼굴을 가린 것보다 비서인지 하는 남성이 그의 목덜미를 붙잡은 모습인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요새는 경찰이 흉악범을 호송할 때에도 그런 장면은 없다. 그런데 이 사진은 쥴리를 주장하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큰 먹이감이 되어 불법 유흥업소 단속 때에 나오는 장면이라고 신이 났다. 여하간 이 장면은 얼마 전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이 외출할 때 Darth Vader까지 동원하며 교란작전을 폈던 것과는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인다. 김건희는 거리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따라서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당황한 것 같이 보인다. 반면에 김혜경은 무엇인지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엄청 있었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운석열 딜레마’라는 글에서 이미 그의 상징성에서 오는 문제에 대해 피력하였다. 그러나 이재명은 어떤가? 말 바꾸기를 식은 죽 먹듯 하며 유연성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전형적인 정치 모리배이다. 누구에게 믿음이 더 가나? 아니 누가 나라를 덜 망칠까? 이재명의 대통령 놀이는 빨리 끝날수록 대한민국에 유익하다는 생각이다.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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