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연초에 하는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뉴스를 듣고 참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에 중동 순방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와서 취소했다는, 또는 대통령 자신이 감염된 것이 아니냐는 등의 추측성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서라는 이해불가의 해명을 하였다.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이런 일 조차도 투명하지 못한 한국 정치풍토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구의 국가수반들이 감염되었을 때 즉각 사실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차제에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많이 대조가 되었던 터라 한번 들여다보기로 하였다.
기자회견(News Conference 또는 Press Conference)의 정의를 찾아보니 한국과 미국이 거의 같은 뜻을 갖고 있다. 즉 현안(懸案)에 대해서 책임자의 기본적인 발표가 있고 그에 따른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뒤따르는 모임을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혼자 발표하고 끝내면 기자회견이 아니며, 이 경우를 위해서는 담화문 발표 등의 표현이 준비되어 있다. 책임자는 기업의 수장, 지방자치단체 장, 국가의 최고 행정책임자인 대통령 또는 수상 등등이 포함된다. 정상회담 등에서 여러 명이 같이 하는 기자회견은 공동기자회견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대통령 기자회견이라 하면 자국의 국민들을 위한 소통의 방편으로 사용되며 사전 조율되지 않은 여러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꼭 포함된다. 특정 방송사 주관으로 대통령과 앵커의 1:1 대담은 기자회견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대통령이 하는 기자회견은 한미 모두, 청와대 또는 백악관 부속 시설인, 기자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한다. 청와대 기자실은 출입기자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박정희 정부에 의해 1963년에 설치되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0년에 춘추관이라는 이름으로 기자실과 기자회견장 등을 갖춘 종합시설이 세워졌다. 언론의 여러 부정적 보도, 기자들의 특권의식과 부패를 불쾌하게 여겼던 노무현 정부는 2003년에 개방형 취재시스템 도입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및 주요 정부부처의 기자실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이 결정은 여러 부작용과 잡음을 초래했고 이명박 정부는 기자실을 원상 회복하였다. 그 후 기자실 유지와 폐지에 대한 논쟁이 꾸준히 있어왔는데, 일반적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소속된 기자들은 유지, 거기에 끼지 못하는 군소언론사의 기자들은 폐지의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13년에 Wilson 대통령이 집무실인 Oval Office에서 미국 대통령 최초로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 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특정된 장소가 아니고 백악관의 이곳 저곳에서 열렸다. 1969년 Nixon 대통령 시절에 비로소 백악관 안에 기자실이 마련되었는데 한국보다 6년이 늦은 것이다. 당시 실내 수영장이었던 부분을 기자실로 개조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본부가 있던 Watergate 건물에 공화당이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이 Washington Post 기자 Bob Woodward에 의해 보도되어 닉슨은 탄핵의 위기에 처했고, 종국에는 하야(下野)하고야 말았다. 백악관의 기자실은 2000년에, Reagan 대통령 암살시도 때 총상을 입고 반신불수가 된 당시 백악관 대변인 James Brady의 이름을 따서, James S. Brady Press Briefing Room이라고 명명되었다. 이 기자실에는 자리가 49개밖에 없어 기자들의 출입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 1914년에 언론인들로 구성된 WHCA(White House Correspondents’ Association)가 출입기자 및 기자실의 자리배정까지 결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몇번의 기자회견을 했을까? Google해보니 YTN에서 제법 자세히 분석한 기사를 2021년 1월 23일에 보도하였다 – 대통령 기자회견 횟수의 진실은?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불과 6회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탁현민이 19회라고 반박하여 특별기사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읽어보니 탁현민의 19회 주장은 국내 9회, 외교 7회, 방송 3회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기사 말미에 질의응답이 가능한 경우와 카메라 앞 공개된 장소에서 혼자 한 경우를 포함하여 8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카메라 앞 공개된 장소에서 혼자 한 경우가 정확히 어떤 설정이었는지는 분명치가 않다. 따라서 본인은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6회라고 주장한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취임한지 3년 8개월여 동안 기자회견이 6번내지 8번이라면,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통의 대통령이라 비판하며 소통을 강조한 그 역시, 불통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경우는 UC Santa Barbara에서 American Presidency Project의 일환으로 대통령들의 기자회견에 대한 아주 자세한 연구 및 통계가 1923년에 취임한 30대 대통령 Calvin Coolidge부터 현 대통령 Biden까지 정리 되어있다 – Presidential News Conferences. Truman 대통령부터는 각 기자회견의 날짜 및 내용까지도 소상히 정리되어 있다. 이 통계는 전통적 의미의 기자회견을 Solo-Reg, 방송에 출연해서 사회자와 1:1로 하는 것을 Prime Time, 다른 국가 정상과 함께 한 것을 Joint로 구별하였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4년 재임 중 44번의 전통적 기자회견을 하였다. 1년에 평균 11회의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 1년을 맞으며 7번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우선 느낀 것은 한국에는 대통령들의 기자회견 횟수나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고 공정하게 집계하고 기록한 집대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회견 몇 번 했다는 것으로도 싸움박질을 한다. 대통령 쪽, 특히 소통을 강조했던 문 정권은 숫자를 최대로 부풀려서 말하니 문제이다.
한국은 정녕 사전조율 없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일까? 질문의 내용에 따라 기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까? 2019년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가 라는 질문을 한 기자는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그가 소속된 방송사는 방송사업권 조건부 재허가라는 압력 속에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그 후로는 질문을 미리 받고 답변을 준비해서 그야말로 별볼일 없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진실은 알 수가 없다. 반면에 미국은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날카로운 질문이 기자회견의 꽃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 시청율이 어느 정도되는 대다수의 방송사들은 진보적이다 – ABC, CBS, CNN, NBC, NPR, MSNBC 등. 반면에 보수적이라고 꼭 집을 만한 방송사는 Fox News 외에는 군소 방송을 제외하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 중 대표적으로 치우친 방송사 두 군데를 살펴보자 – 진보의 CNN과 보수의 Fox News. Trump 대통령 시절에 CNN은 Jim Acosta를 백악관 기자로 임명하였다. 그는 무례한 태도로 호전적인 질문을 Trump에게 퍼부어 그 나름대로의 명성을 얻었다. Trump는 그런 그를 Fake News라고 부르며 그의 질문을 아예 무시하기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 질문권이 끝난 후에도 마이크를 점유하고 발언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이를 수거하려는 인턴과 실랑이를 벌여 백악관 출입이 일시적으로 중지되기도 하였다. Trump는 눈에 띄게 CNN을 무시하고 Fox News를 가까이했다는 비평을 들어야 했다. Biden 대통령 취임 후에 Fox News는 Peter Doocy를 백악관 기자로 임명하였다. 그는 34세의 젊은 나이지만 Biden이 거북해하는 질문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며 대통령과 입씨름을 벌여왔다. 그러던 중 2022년 1월 24일에 있었던 기자회견 말미에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Biden이 그를 향해 ‘What a stupid son of a bxxxx’라 하여 화제가 되었다. 후에 Biden이 Doocy에게 전화하여 오해를 풀고 다른 기자들이 묻지 않는 질문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좋아하는 질문만 한다면 그런 기자회견은 할 필요가 없다. 불편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과 감정이 쌓여도 같이 가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다.
(2022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