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교육제도를 K-12라고 표현한다. 이는 유치원(Kindergarten)부터 12학년, 즉 고등학교 3학년까지를 뜻하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과정의 교육을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받을 수 있다. 5살에서 18살까지를 대상으로 하지만 여기서 나이 제한은 통상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자면 중학교만 졸업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 고등학교를 지원해서 다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이라 함은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여 실시되는 교육을 뜻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공교육제도는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러한 공교육제도는, 저학년인 경우, 방과 후 돌봄 과정(after school program)을 실비로 제공함으로 맞벌이 부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일찍부터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고 부모 또한 아이들을 방과 후에 바로 데려와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어 서로의 필요가 충족되는 제도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학군이 철저하게 지역 위주로 구분되고 운영되는 미국의 공교육제도는 진보적 이념으로 치우친 교과 과정에, 예로 성소수자 또는 Critical Race Theory 등의, 대해 학부형들이 반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아이들을 너무 어린 나이에 학교에 보낸다고 반대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좀 더 일찍 보내게 해 달라는, 즉 P-12제도에 대한 요구가 있다. 여기서 P는 Prekindergarten을 뜻하는데 현재로 California 주의 경우 월 $1,500 – $2,000 정도를 필요로 하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더 어린 나이부터 아이들을 탁아소에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금 한국에서 초등학교 조기입학 문제가 대두되더니 결국 교육부 장관의 사퇴로 막을 내렸다. 이 정책은 잘 다듬어지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나온 것 같다. 보도기사들을 보면 확실치는 않지만 유치원이 아니고 1학년으로 조기입학 하는 것이었나 보다. 정부의 정책이나 입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은 그렇다 치지만 학부형들의 반발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무한경쟁 사회적 분위기가 어찌 보면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조기경쟁이라는 각도에서 과도한 반대를 불러 일으킨 것 같다. K-12 제도를 도입한다면 아마도 유치원 운영자들이 밥그릇 지키려고 결사 반대할 것 같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남아도는 교육시설과 인력 활용대책을, 학교들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에 앞서 미리미리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에 이미 자리잡은 K-12를 benchmarking하면 한국에 맞는 좋은 공교육제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력 부재이다. 대통령부터 정치꾼 출신이 아니다 보니 말이 직설적이다. 여론조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단계가 여기저기서 생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조기입학도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보인다. 대통령과 조율이 이루어진 것이었는지도 확실치가 않다. 보도를 보면 교육부장관이 혼자 튀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 모두가 정치꾼 부재에서 나오는 실수들이다. 이쯤에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결정과정을 살펴본다. 그 결정으로 산업의 한 부분이 전멸단계에 이르렀고 국고손실 또한 막대하였다. 하지만 탈원전공론화위원회 및 시민참여단을 구성하여 외형적으로 일반국민 및 전문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을 내렸다는 구실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위원회와 시민참여단에 친환경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경제성 조작 및 태양광 업계와의 결탁 등의 의혹과 문제점들이 수없이 발견되었다. 소위 요식행위로 이러한 과정을 밟은 것이다. 그 후 공기업 중 가장 견실했던 한전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전기료도 올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렇게 국가의 미래가 걸린 결정이 눈속임으로 내려졌지만 당시에 정권을 겨냥한 압박과 흑색준동은 초등학교 조기입학과 같은 파괴력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정치꾼들이 득세하여 비록 요식행위였지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였다는 대국민 사기극이 통한 것이다. 초등학교 조기입학이 부모와 아이들에게 주는 좋은 영향을 홍보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이다.
(2022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