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우열

한국은 BTS의 병역특례를 놓고 한창 왈가왈부하였지만 결국 입대를 결정하였다는 뉴스를 접하고 잠시 이 이슈를 생각해 보았다.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병무청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핑계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우물쭈물하자 당사자들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들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연관된 법이 궁금하여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제도소개’라는 문건을 보게 되었다. 이 제도의 개요는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하여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예술요원에 대한 정의가 42개 국제음악경연대회의 119개 부문에서 2위 이상 입상자로 되어 있다. 국제음악경연대회는 정통음악분야에만 있기에 어느 대회인지 또 어떤 분야인지 더 이상 찾아보지 않았다. 이 제도의 골자 중 이해가 잘되지 않는 것은 국위선양을 국제음악경연대회 수상자 즉 정통음악가로 국한했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변천이 간략하게 상기 문서에 기술되어 있는데 1973년에 법령이 제정되었고, 가장 최근 변경이 2020년 7월 1일에 있었는 데 대상 대회수를 46개에서 42개로 축소한 것으로 나온다. 분야는 처음부터 국제음악경연대회로 국한되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3남매가 세계적 음악가로 인정받은 당시를 배경으로 정통음악 부문에 자신과 희망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대중음악가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휘날릴 리가 없다는 생각 또는 그들에 대한 일종의 업신여김이 작용하였을까? 즉 분야 별로 우열을 이미 가려 놓았다는 것일까? 여하튼 영국이 Cliff Richard, Paul McCartney, Elton John, Mick Jagger, Tom Jones 등 수많은 대중음악가들에게 기사(Knight) 작위를 수여한 것과 비교가 된다. 참고로 영국의 기사 작위는 5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최고 작위인 GBE(Knight and Dame Grand Cross, the 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를 받았다는 데 주목한다.

여행 중 사진을 열심히 찍는 사람을 만났다. 취미로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다는 데 장비가 예사롭지 않다. 남편이 운전해서 멀리 사진찍기 여행도 한다는 데, 새벽 일찍 부부가 같이 나가 남편이 짐을 옮겨주고 자리 잡는 것도 도와주고, 해가 뜨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보통 정성이 아니고 부부협력 또한 아름다워 보였다. 그 동안 찍은 사진들을 전화기로 보여주는 데 구도나 색상이 취미로 찍은 사진 치고는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최근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특별하게 사진을 찍으러 예전에는 다녔었지만 근래에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에 어울리는 구도가 보이면 사진을 찍는다고 설명한다. 역시 전화기로 사진을 보여주는 데 아름답고 무언가 숨은 뜻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짧은 대화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에게 풍경을 찍는 사람들은 ‘달력사진쟁이’이고 초짜라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분야이지만 좀 더 세분하여 우열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념이 그 세계에서 통상적인지 아니면 그 사람의 주관적 생각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한국인들의 단점 중 하나가 끝없이 서로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속성 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도 좀 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국위선양으로 따지자면 BTS 만큼 한국의 명성을 세계에 휘날린 예술인은 또 없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2살짜리 손자가 Baby Shark를 졸업하고 BTS 노래만 고집했었다. BTS는 나이와 국경을 넘어 명성을 떨쳤고, 2014년부터 2022년 10월 현재 국제적인 대중음악상을 468개나 수상하였다. Beatles가 52개의 상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물론 BTS는 Beatles 당시에는 없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상을 많이 받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국방이 신성한 의무라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왜 병역특례를 선선히 허락하지 못하는 것일까? 단지 현재 유효한 법령 때문이라는 것은 궁색한 이유이다. 한국은 정통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을 볼 때 이미 우열을 가려 놓고 보는 것은 아닌지? 권력이나 부를 갖은 자들의 아들들은 병역의 의무를 요리조리 피해가다 보니 필요이상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70년초에, 김신조 사건과 월남파병으로 인해, 군복무 기간이 늘어나서 35개월의 군복무를 하였다. 최장기간 복무하였다고 해서 건강한 남자라면 예외 없이 모두가 꼭 군대에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분야에서 국위선양을 한 사람들에게 분야에 관계없이 병역특례를 허락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통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사이에 우열을 정한 시선이 있다면 우선 그것부터 타파하여야 하겠다.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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