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빌은 스페인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광역자치구 안달루시아(Andalusia)에 있는 도(都) 이름이자 그 도의 수도이다. 세빌(Seville)은 영어 표기이자 발음이며 스페인어로는 Sevilla, 세비야로 발음한다.
세빌은 로마에 의해 도시로 정착되었고, 아랍 왕국들의 통치하에 있다가, 13세기에 캐스틸(Castile, 스페인어로 Castilla 카스티야) 왕조에 편입되었다.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16세기 초에 유럽의 해상교역이 급증하였고, 이에 세빌은 스페인 제국 시절에 대서양으로 가는 관문도시로 발전하였으며 무역과 관세업무를 관장하는 Casa de Contratación이 설치되었다. 이는 세빌과 대서양을 잇는 Guadalquivir 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뱃길은 약 50 miles(80 Km)나 되지만 당시 육로로 많은 양의 물품을 옮기는 것 보다 배가 용이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16세기말에 대서양을 끼고 있는 Cádiz에 항구가 개설되고 도로 및 화물운송수단이 발전하며 세빌은 관문도시로의 명색을 잃기 시작했다. 18세기에 당시 국왕이었던 Charles 3세는 세빌에 담배공장 Real Fábrica de Tabacos(Royal Tobacco Factory)를 세워 상업도시에서 산업도시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당시 이 담배공장은 스페인에서 왕궁 El Escorial에 이어 두번째로 큰 건물이었다. 또한 세빌은 유럽의 도시 중 오페라에 가장 많이 등장하여 153개 오페라의 배경이 되었다. 세빌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오페라로 베토벤의 피델리오,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및 돈 죠반니, 로씨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비제의 카르맨 등을 꼽을 수 있다. 19세기 중엽에 철도가 개설되었고 19세기말에 전기가 공급되며 세빌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1929년에 Ibero-American 박람회, 1992년에 세계박람회를 주최하며 세빌은 세계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빌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있지만 그 중에도 플라멩코가 유명하다. 세빌에는 집시들이 많이 살았는데 그들을 중심으로 18세기경부터 플라멩코라는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공연예술이 시작되고 발전되었다. 플라멩코는 독특한 리듬과 가락으로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가 따르고 거기에 강열한 춤이 동반된다. 노래는 특유의 창법으로 깊은 내면의 약간은 어두운 느낌을 표출하고, 춤은 현란한 발 놀림으로 마루바닥을 두드리고 캐스터네츠 등이 사용되어 그런 리듬과 느낌을 증폭시킨다. 현대에 와서 플라멩코는 세빌 뿐 아니라 스페인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이 되었다. 스페인에는 플라멩코에 대한 학문적 역사적 연구도 많이 있어 이 주제를 섣불리 다루기 보다는 관심있는 독자들의 개별적 연구를 추천한다.
이래서 세빌에 도착한 날 처음 한 일이 플라멩코 공연 관람이었다. 세빌에서 플라멩코 공연장으로는 1952년에 설립되어 가장 오래 되었다는 도심에 있는 El Patio Sevillano라는 Tablao(마루 바닥의 무대가 있는 플라멩코 전문 공연장)에서였다. 이날 공연은 여러 주제로 이루어졌는데, 세빌의 담배공장 집시 여공, 병사, 투우사의 삼각관계를 다룬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주제로 한 부분이 단연 압권이었다. 이날 공연 중에 사진촬영이 엄격히 통제되었고 마지막 부분에서만 허용되었다.
















(2023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