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Hamas) 간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에서는 반유대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데 그런 현상이 대학 특히 아이븨 리그(Ivy League)에서 격심하게 벌어지고 있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공공연하게 유대인 말살을 요구(calling for the genocide of Jews)하는 격한 표어를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동료 유대인 학생을 협박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이들에 대해 방관적이거나 미온적 조치에 그치고 있어 유대계 학생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미 하원의 ‘교육 및 인력 위원회’(Committee on Education and Workforce)는 반유대 데모가 극심한 Havard, U. Penn (University of Pennsylvania), 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등 세 대학의 총장을 불러 그들의 입장을 묻기에 이르렀다. 이들에게는 비슷한 질문이 주어졌다, 유대인 말살을 요구하는 것이 학칙에 위배되느냐 아니냐? 이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였다 – 그러한 표현을 한 상황(context)을 고려해야 하며, 발언 자체는 학칙에 위배되지 않지만 그걸 행동에 옮기면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변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될 것은 예상된 바이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틀 속에서 이 문제를 답하려다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그러한 위협적인 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느낄 공포감과 그러한 표현이 사회에 미칠 파장보다, 즉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그저 보고 있겠다는 식의, 표현의 자유를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그런 균형 잡히지 않은 답변이 나온 것이다. 진보적 사고를 갖고 있는 학자나 정치인들까지도 표현의 자유(free speech)와 증오의 표현(hate speech)도 구별 못한 정말 멍청한 답변이었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 여파로 U. Penn 총장은 사퇴하였으나 Havard와 MIT 총장은 이리저리 구실을 대며, 2023년 12월 13일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하원은 초당파적으로, 대학에서 팽배하고 있는 반유대주의 및 도덕적으로 파산된 답변을 한 대학 총장들을 규탄하고, 그들의 사임을 촉구하는 결의문(resolution)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 관계기사. 국면이 이렇다 보니 Ivy League를 Poison Ivy와 늪에 빗댄 만평까지 나왔다.

아이븨 리그(Ivy League)는 원래 미 북동부에 있는 8개의 사립대학으로 구성된 체육 협의체(Athletic Conference)이다 – Brown University, Columbia University, Cornell University, Dartmouth University, Havard University, Princeton University, U. Penn, Yale University. 이 대학들은 미국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학교로 영국령이던 17/18세기에 세워진 학교들이다 – Cornell만 예외로 19세기에 세워졌다. 이 학교들은 졸업식 전후로 졸업생들이 담장이 즉 아이븨(Ivy)를 학교 건물에 접하여 심는 전통을 이어왔다. 그래서 이 학교의 건물 대부분이 담장이로 덮여 있다. 이에 연유하여 이 대학들을 지칭하는 Ivy Club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20세기 초에 이 대학들의 운동경기 협의체로 Ivy League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최고의 엘리트 학교 또는 엘리트 계층을 지칭하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근자에 와서는 아이븨 플러스(Ivy Plus)라는 표현이 생겼고 Stanford University, MIT, Northwestern University, University of Chicago, Duke University,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등을 포함시킨다. 미국의 아이븨 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엘리트 대학들은 으레 인류애를 표방하고 상식과 공정을 내세웠고 진보적이며,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곤 했다. 이들은 남녀평등, 인종간의 갈등 해소, 성소수자 평등, 지구 및 대기 오염과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 줄곧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종종 현실을 외면한 채 탁상공론에 능하며 무조건 약자의 편에 선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쯤에서 이번 이스라엘 사태를 돌이켜본다. 이 전쟁은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Gaza Strip) 하마스의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동시에 장벽을 넘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국인을 포함하여 1,200여명을 잔혹하게 사살하며 시작되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들은 목을 베는 것을 포함한 많은 신체훼손을 자행하였고 특히 여성들을 강간하며 동시에 신체훼손을 저질러 무참하게 살해하였다. 이스라엘의 반격은 예상된 수순이며 이번에야 말로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는 결기를 다졌기에 맹렬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들의 대피를 촉구하였고 국경봉쇄와 병행해서 폭격 및 지상전을 전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2023년 12월 15일 현재 약 18,600여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하였다. 이들의 대부분이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다. 이렇게 다수의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은 이유는 민간인을 방패삼고 군사시설을 민간인 밀집지역에 설치한 데 큰 이유가 있다. 이렇게 양측간의 사상자 수에 큰 차이가 나며 국제적인 여론이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많은 나라에서 소위 지식인들이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더 나아가서 유대인 말살을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누가 이 전쟁의 시작이었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강자이고 팔레스타인은 약자이며 그래서 더 많이 발생한 사상자 숫자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정책에 반발하여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를 두둔하는 논조도 나타났다. 하마스가 폭력 지향적이며 많은 테러사건의 배후에 있었기에 이스라엘은 치안유지를 위하여 제한된 자유 속에서 그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제약한 것은 사실이다. 이스라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하마스가 먼저 시작한 이번 전쟁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는 이러한 논리는 결국 ‘조상 탓’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븨 리그 핵생들은 유대인 말살을 외치고 있는가?
비교하기 위해서 한국의 625동란 사상자수를 조사해 보았다. 영국의 Encyclopedia of Britannica에 의하면 북한군 실종 및 사망 40만6천, 민간인 실종 및 사망 60만, 군인 부상자 150만, 총 250만 6천명. 중공군 실종 및 사망 60만, 부상자 71만6천, 총 131만6천명. 북한과 중공을 합하면 사상자는 382만2천명이다. 남한군 실종 및 사망 21만7천, 민간인 실종 및 사망 100만, 군인 부상자 42만9천, 총 164만6천명. 미군 및 UN군 실종 및 사망 39,631, 부상자 115,101, 총154,732명. 남한, 미군, UN군을 합하면 사상자가 약 180만이다. 비교해보면 북한과 중공의 사상자 수가 남한, 미군, UN군 보다 약 200만이 더 많다. 625는 북한이 남침하여 터진 전쟁이다 – 요새 대한민국에는 남한이 북침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사상자가 훨씬 더 많이 발생했으니 남한과 UN군의 잘못? 여기서 만약 ‘대한민국인 말살’을 한국의 아이븨 리그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연대, 고대에서 단체로 외쳤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국회에서 총장을 불러서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표현의 자유 어쩌고 저쩌고, 그냥 구호를 외치는 것은 아무 해가 없으니 어쩌고 저쩌고, 행동으로 옮기면 그 때 문제 어쩌고 저쩌고 …
이 글의 결말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어떤 사건의 자초지종을 애써 외면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독야청청 외치는 최고의 지성인들에 대한 실망?
(2023년 12월)
p.s. 하바드 총장 Claudine Gay가 학내의 반 유대 시위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로 비난을 받았는데 과거 논문표절까지 문제가 되며 2024년 1월 2일부로 하바드 역사상 최단기인 취임 6개월 만에 결국 사직하고 말았다. (2024년 1월)
p.p.s. Claudine Gay는 사임 다음날 New York Times에 기고한 글에서 하원 청문회에서의 답변은 함정에 빠진 것이며, 표절은 단순한 실수였다고 변명을 늘어 놓았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이 흑인이기때문에 그런 공격을 받았다는 대목 “racial stereotypes about Black talent and temperament”에서 생각나는 단어는 ‘victicrat’ 이었다. 보수적 흑인 방송인이자 평론가인 Larry Elder가 victim과 crat을 합성하여 만들어 낸 이 단어는 ‘피해 호소 전문인’ 정도로 번역하면 어떨까 싶다. 이 신조어는 인종, 성별, 성 취향 등 소수에 속한 사람이 자기에게 불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의 잘못보다 자기가 소수였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가리킨다. (202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