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들의 세상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몇 년 새에 여러모로 눈부신 발전을 한 것이 확연하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cell signal이 팍팍 터지는 것은 이젠 놀랄 일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개 그런 곳들은 먹통인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까지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긋함 아니면 시설투자가 큰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그런 것 아닐까? 이번에 새로 느낀 것은 주차장에 번호판 식별장치를 도입하여 주차료 계산 또는 주차확인 (parking validation) 모두가 자동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시간이 찍힌 표를 뽑고 나올 때 계산하는 주차장이 많고, 이런 장치는 근자에 지은 호텔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기술강국에서 느낀 괴리는 우리 같은 교포들이 고국을 방문했을 때 겪는 불편함이다. 우선 여행사에서 online으로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회원이 되어야 가능하고 회원이 되려면 실명인증이 되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걸려버리니 말이다. 미국 또는 유럽의 여행사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관계없이 예약이 가능하고 실명인증도 이메일이나 전화로 가능한데 한국은 이유도 밝히지 않고 그저 안된다고 컴퓨터 화면에 뜨니 답답하다. 친구가 대신 예약해 주고 대금 지불을 우리 신용카드로 하려하니 그것 또한 외국카드라 안된다고 나온다. 21세기에 그것도 기술강국 한국에서 참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파 한단 값이 올라서 서민의 삶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웬만큼 알려진 식당에 가면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으니 참 요지경이다. 길거리에서 본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입고 들고 다닌다. 그것도 상표가 눈에 띄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명품보다는 자기가 편한 옷을 입고 명품도 상표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을 입는 것과 비교가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피부 또한 곱다. 특히 남자들의 피부가 여자 뺨치게 티 하나 없이 매끈하다. 남가주의 구름 한점 없이 내려 쬐는 강렬한 태양에 그을린 내 피부는 노동꾼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의 GDP는 World Bank 통계로 2022년에 약 1조7천억불 ($1,673,916,470,000)을 달성하여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개인 GDP(GDP per capita by current US$)는 역시 World Bank 통계에 의하면 $32,422로 세계 46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팍팍한 느낌을 주고 배려나 양보라는 것을 모른다. 지나치는 사람에게 무의식 중에 미국에서 같이 인사를 하면 아예 미친 사람 취급한다. 그냥 무표정이 정답이다. 운전자들은 신호위반, 위험스러운 끼어들기,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좌 또는 우회전 등등, 주차금지 및 위반차량 견인 표시가 있는 곳에 즐비하게 대어 놓은 차들, 한마디로 교통질서는 거의 빵점이다. 재미있는 점은 차들이 과속으로 달리다 별안간 브레이크를 밟으며 제한속도로 달리고 또 다시 과속을 하는 장면이다. 바로 과속단속 카메라 표시가 있는 곳을 지날 때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어떤 표시에서는 아무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 표시는 카메라가 없는 가짜란다. 가짜의 압권은 과속방지턱인데 길표면에 페인트만 칠해 놓은 것이다. 외지인들은 속아서 조심조심 가지만 그 동네사람들은 그냥 쌩쌩 달린다.

각종 교통단속 표시들
과속방지턱

이렇게 영악하게도 교통표시판의 가짜와 진짜를 잘 구별하는 민족이 정치 모리배들의 거짓말은 왜 가리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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