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모습

교회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은 잘 생각해서 대답하여야 한다.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서 “나” 또는 “우리들”이 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자의 의도는 우리는 잠시 맡은 주인이고 진짜 주인은 주(主)님 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잠시 맡은 주인의 올바른 모습을 상기시키는데 있는데 이를 잘못 알아들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종종 본다.

주인의 모습을 어린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대접을 받는 단계에서 섬기는 단계로 변하는 모습으로 비교해 본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손님으로 온 친구들이 자기의 장난감을 만지지도 못하게 이기적이다.  이 때 주인의 모습은 절대 권력을 한손에 휘어잡고 있는 폭군이나 다름없으며 모든 대접을 혼자 받는 그런 모습이다.  조금 크면 친구들이 자기의 장난감을 갖고 놀게는 하지만 주인인 자기의 말을 절대로 따라야만 한다.  자기가 아끼는 장난감은 아무도 못 만지게 하고 재미없는 장난감이나 친구들에게 갖고 놀게 하는데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그나마 도로 다 빼앗아 버리곤 한다.  이 때의 주인은 기분에 따라 그 태도가 확 바뀌는 예측불허의 모습이다.  머리가 조금 커져 중·고등학생이 되면 체면도 차릴 줄 알고 주인으로써 제법 행동한다.  어느 정도 손님 대접도 할 줄 알지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친구들을 생일파티에 초대하지만 부모들이 뒤치다꺼리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를 돕기도 하니 아주 이기적이지만은 않다.  가정을 갖고 자식을 키우는 나이가 되면 이 주인의식이 많이 변하고 또 성숙한 면을 보인다.  주인으로써 오히려 손님을 섬기는 모습이 점점 더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어리면 아무래도 아이들 돌보느라 주인 노릇하기도 수월치는 않다.  자식들이 제법 크면 그제야 여유 있게 섬기는 주인의 모습을 보인다.

갓난이 주인은 남을 대접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손님과 주인의 역할을 전혀 구별 못하는 모습이다.  유치원 주인은 손님 대접을 하기는 하는데 자기가 주인이랍시고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한다.  남의 이야기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고집만 세운다.  그러다 조금 기분 상하면 “주인 놀이 끝”하고 땡땡 종 쳐 버린다.  사춘기 주인은 손님대접에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 하는 것 보고 곧잘 따라한다.  장년의 주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주인의 모습을 깨닫는다.  섬기는 모습 속에 진정한 주인의 모습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주인이 손님으로부터 대접 받기만 하던 갓 난 아이의 모습에서 주인으로써 손님을 섬기는 모습으로 180도 전환한 것이다.

주인의 역할을 어떻게 행세하는지 그 모습에 따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요란하게 나서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면 언제나 제 몫을 하는 형이 있다.  무슨 일이던지 맡기면 틀림없이 해내는 용의주도형이다.  반면에 주인이기에 자기만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또는 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기회도 주지 않고 혼자서 날뛰는 형도 있다.  사사건건 본인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리다고 우기며 인격무시의 발언을 거리낌 없이 뱉어내는 안하무인 무례형도 있다.  혹시 누가 자기의 의견에 반대만 하면 난리를 치며 헐떡거리는데 심장마비라도 걸릴까 걱정되는 형이다.  좀 생각해 볼 일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귀하고 필요한 사람으로 지으셨는데 말이다.

요새 이 지역에 있는 교회들의 어려운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오는데 잠시 맡은 청지기의 역할을 오해해서 교회를 말아먹기까지 억지 쓰며 버티는 가짜 주인들의 모습에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주인 대열에 끼지는 못했지만 ….

(2010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