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바도기아(Cappadocia)는 ‘아름다운 말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터키 중부에 있는 네브쉐히르(Nevsehir) 주와 그 주변에 걸쳐있는 지역이다. 베드로 전서의 수신지역(벧전 1:1) 중 하나이며 오순절 성령강림 때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신자가 된 사람(행 2:9-10)들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로마의 탄압을 피해서 피난 온 초대교인들이 숨어서 살았던 지하도시와 동굴교회가 여러 개 발견되었는데 지질적인 특성을 최대로 이용한 모습이다.
갑바도기아의 기기묘묘한 지형경관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 지역은 약 해발 3,000 ft (900 m)의 아나톨리아 고원에 위치해 있다. 주변의 화산들이 수 만년 전에 분출한 용암과 화산재들이 합하여져서 화산암 층과 응회암(Tuff) 층을 이루었다. 기본 지질이 사암인데 그 위에 화산암 층과 응회암 층이 덮인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겨울에 얼고 여름에 녹으며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으로 약한 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강한 부분만 남게 되며 여러 모양의 돌기둥과 계곡이 형성되었다. 또한 응회암은 상대적으로 연하여 동굴을 파기에도 용이한 지질이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에 사람들이 연결하여 제법 큰 규모의 동굴을 구축하여 지하도시를 이루어 고지대의 춥고도 긴 겨울을 현명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갑바도기아가 이렇듯 동굴로 유명하다 보니 이 곳의 명물 식당과 호텔들은 동굴을 주제로 한 곳이 많이 있다. 도착한 날 점심을 그런 동굴식당에서 황토 캐밥(Kebab cooked in Clay Pot)을 먹었는데 분위기는 좋지만 음식은 엉터리.
갑바도기아 지역에는 36개의 지하도시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 가장 깊게 파인 지하도시는 데린구유(Derinkuyu)에 있다. 이 지하도시는 18층으로 깊이가 약 280 ft(85 m)에 달하며 약 20,000명 정도가 살았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주전 8세기경에 단순한 지하도시로 시작하여 비잔틴 시대에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 곳에는 학교, 외양간, 창고, 부엌, 예배실 등의 공동시설과 개인 및 가족용 침실이 있다. 약 50개의 조붓한 환기용 수직 갱이 따로 있고 거의 매 층마다 우물물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별도의 수직 갱이 있다. 또한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대비해서 원형의 돌문이 층마다 있는데 안쪽에서만 굴려서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체의 10% 정도가 일반에 공개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서서 시작하다 점점 허리를 굽히고 나중에는 쪼그려 뛰기 같은 자세로 내려가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괴레메(Göreme)는 10세기로부터 12세기에 이르기까지 세워진 동굴교회로 유명하다. 이 동굴교회는 커다란 바위에 11개의 교회가 따로따로 지어졌는데 작게는 10여명에서 크게는 30여명이 들어 갈 수 있는 규모이며 벽화도 많이 있다.
데린구유 지하도시의 단면도 – 도면 출처 panoramio.com
데린구유 지하도시로 내려가는 계단 길
데린구유 지하도시의 우물용 수직 갱
데린구유 지하도시의 환기통
데린구유 지하도시에서 예배실로 추정되는 십자가 모양의 방
괴레메 동굴교회의 이 모습 저 모습
괴레메 동굴교회의 벽화들 –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서 goreme.com에서 빌려온 사진
괴레메 지역에 있는 일명 ‘요정의 굴뚝’(fairy chimneys)
괴레메 요정의 굴뚝 – 우리는 3월 중순에 갔는데 마침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해서 사진이 좀 그렇게 나왔지요. 그래서 goreme.com에서 또 한 장
괴레메 지역에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동굴마을
젤베(Zelve) 계곡 – cliff dweller 유적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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