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 구분(九份, 지우펀)

한국에서는 이 곳을 구분보다는 지우펀이라 부르는 것 같다. 야류지질공원에서 남동쪽으로 약 15 mile (약 24 Km) 떨어져 있는 산 등성이에 있는 이 마을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청나라 초기부터, 당시로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이 산골짜기 마을에 9집이 살았었기에 모든 물품들이 9등분으로 구입되었고 조달되었었기 때문이란다.

이 마을에서는 예로부터 금이 발굴되어 주목을 받아오다 청나라 말기인 18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금광개발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점령시기까지 연결된 금광개발로 마을은 급속히 성장하였지만, 산비탈이라는 지리적인 제한으로, 아주 작은 집들이 많은 계단과 좁은 골목길로 거미줄같이 연결된 특이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차대전 중 일본은 전쟁포로들을 금광에 투입하느라 수용소까지 들어섰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 금광도 흐지부지 되고 지우펀은 잊혀진 마을이 되고 말았다.

지우펀 마을의 전경 – 사진출처 Chensiyuan

조금 가까이서 본 지우펀 마을 – 사진출처 Chensiyuan

지우펀 관광은 꼬불꼬불한 길을 차로 올라간 후 골목과 계단 길을 걸어서 내려오며 하는데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좀 요사스러운 분위기의, 도교 사원 지붕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우리가 간 날은 안개비가 내려 바다경치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산동네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경치가 좋아서 그런대로 관광객들이 근근이 오던 이 마을이 대번에 유명해지게 된 것은 1989년에 발표된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 기인한다. 이 영화는 당시 금기로 여겼던 228사건을 다룬 영화로 지우펀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2차대전 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중국은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의 정권아래에 있었다. 일본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대만에 대한 강경정책과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극심해지자 이에 항거하여 타이페이 시민들은 1947년 2월 28일에 봉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국민당 정권은 대만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투쟁에 나선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여,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1만 명에서 3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상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후일 항쟁이 시작된 날짜에 연유하여 228사건이라 불리게 되었다. 영화 비정성시는 이 격동기에 임(林)씨 일가가 겪는 여러 가지 비극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며 발표된 후 1989년부터 1991년 사이에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지우펀이 유명해지고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는데, 일본에서는 2001년, 동양판 이상한 나라 앨리스로 알려진, 만화영화 Spirited Away(千と千尋の神隠し)에, 한국에서는 2008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On-air에 등장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 비정성시 DVD 표지 – 출처 Wikipedia (copy right is believed to belong to the distributor Artificial Eye)

지우펀의 중심부는 경변로(經便路,큉비안)와 계단 길 수기로(崎嶇路, 슈키)가 만나는 곳이다. 여기에는 자그마한 광장이 있는데, 영화 Spirited Away에 만화체로 소개된 찻집과 골목 길들, 그리고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안내의 설명인데 이리 저리 찾아 보았지만 건축연도 등 따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영화관 승평희원(昇平戱院)이 있다. 경변로 보다 조금 아래쪽에서 올려다 본 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