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랑방귀

좋은 옷을 입고 우쭐대며 뽐내기 좋아하는 사치스러운 왕이 있었다. 어느 날 사기꾼 양복장이가 왕에게 찾아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옷을 지어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옷은 자격이 되지 않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에게는 보이지가 않는 옷감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아주 열심히 옷을 만드는 시늉을 하고 옷이 다 되었다 하고는 왕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왕이 보니 안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안 보인다고 하면 왕의 자격이 없는 것이 되니 왕은 아주 훌륭한 옷이라고 칭찬하고 옆에 있던 대신들도 좋은 옷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서 이 새 옷을 입고(?) 왕은 백성들 앞에 나섰는데 이미 이야기를 들은 백성들도 모두가 아주 좋은 옷이라고 떠들어 대는 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보니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임금님, 빨가벗었네!’하고 소리 질렀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좀 가미한 것이다. 여기서 어른들의 모습에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내보이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바른 말을 하지 않는 아부하는 마음이 더 컸다는 생각이 든다.

알랑방귀라는 말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비위를 맞추거나 아양을 떤다는 뜻의 ‘알랑거리다’와 방귀의 합성어인데, 좀 찾아 보았지만, 어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일설에 의하면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끼니까 옆에 있던 보좌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하여 방귀를 껴도 알랑거린다는 뜻으로 생긴 말이라는데 확인할 길이 없다.

영어로는 아부한다는 뜻으로 여러 표현이 있지만 그 중 ‘brown-nose’가 알랑방귀와 연관되어 떠 오른다. 아부하기 위해서 굽실거리며 따라다니다 보니 상대방의 엉덩이에 코가 닿을 정도가 되어 코가 아예 누렇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부하는 자들의 특징은 틀려도 맞다 하고, 잘 못해도 잘 했다 하고, 나빠도 좋다고 하고, 상대방의 무슨 언행에도 해해 웃으며 괜히 치켜 세우고 그런 것들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로 돌아가 본다. 왕 자신도 실제로는 없는 옷을 좋은 옷이라고 한 점에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그는 멍청이였기 때문이다. 아부하는 yes-man들에게 둘러 쌓여 있을 때 그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주위 사람들이 한결같이 잘한다고 할 때 자신을 돌아보고 정말 잘 하는지 점검한다. 누가 조언하면 타당성을 생각한 후 받아드림으로 조언한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그 이유를 설명함으로 역시 그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아무 반응 없이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아 그 사람을 잃는 짓을 하지 않는다. 묵묵히 일 하면 아무도 몰라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 해도 되는 일을, 특히 하면 안되는 일을 했다고 생색내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해야 할 일을 하고 생색내지 않는다.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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