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에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있다.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전혀 실속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를 알아보려 개살구를 찾아보니 뜻밖에도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하간, 열매는 황색으로 살구와 흡사하여 보기에는 먹음직스럽지만 아주 시고 떫어 맛이 없다고 한다. 이 표현은 어떤 현상에 다다른 사물을, 예를 들어 요란하게 포장한 선물상자를 열어보고 내용물에 실망했다든가 할 때, 일컬어 쓰인다. 한편으로 별볼일 없는 시시한 것에 능동적으로 그런 포장을 씌우는 짓을 허세 부린다고 한다. 여기서 ‘시시한 것’은 물건이 아니고 무형적인 경우이다. 예로 무섭지만 무섭지 않은 척하는 것, 곤경에 처해있으며 그렇지 않은 척 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런 허세는 결국에 가서는 들통이 나게 되어있다.
직업상 말을 많이 해야하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바로 이 허세 부리는 짓이다. 그런 대표적인 직업으로 정치인과 목사를 들 수 있겠다. 목사들 중 ‘아니, 목사를 직업이라고?’ 발끈하는 분이 계시겠지만 어떤 일을 하고 보수를 받게 되면 그 일은 직업이 된다. 직업(profession)이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또 하나의 의미는 전문성(professionalism)이다. 그러니 목사가 직업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보수를 받지 말고 전문성 또한 필요 없는 일이라고 하면 되겠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곁으로 흘렀네요.)
금년 미국 대선의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하는데 트럼프가 이긴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허세부리지 않고 서민층에게 다가간 그의 연설 스타일이다. 반대로 힐러리가 진 이유 중 하나로 위선적이고 다분히 허세가 들어간 선거유세를 들고 있다. 오바마 역시 알맹이 없이 혼자 잘난 척하며 남을 비웃고 야단치고 가르치는 듯한 허세의 연설 스타일에 반해 지난 8년동안 실제로 내세울 만한 실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힐러리에게 역작용을 했다는 의견도 있다.
목사들은 어떠한가? 우선 설교단은 무대가 아니고 설교는 공연이 아니다. 설교에는 깜짝 쇼가 필요 없다. 아니 깜짝 쇼가 있을 자리가 설교에는 없다. 목소리를 일부러 평상시와 다르게 낼 필요도 없고 소리를 꽥꽥 지를 필요도 없다. 단 위에서 별로 의미도 없이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다. 차분하게 중심이 되는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본문과 별로 관계도 없는 예화를 든다 거나 깜짝 쇼를 하면 성도들은 말씀보다도 그 기행(奇行)만 기억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터인데. 나는 고인이 된 H목사님의 설교를 좋아한다. 잔잔한 목소리로, 한 군데 서서, 주제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전혀 쓸데없는 과장된 동작이나 깜짝 쇼 없이 선포되는 말씀 안에 저절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겁 많은 조그마한 강아지가 그걸 숨기기위해 더 많이 짓는다고 한다. 진짜 무서운 개는 조용히 슬그머니 다가와서 꽉 물어버린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 꽉 찬 수레는 자갈 길을 가도 덜컹거리지 않는다. 허세는 시끄럽고 장황하다는 특징이 있다. 허세는 논리적이지 못하고 본질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는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허세와 허풍을 떠는 사람은 자기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거의 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며 그런 짓이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과는 깊은 교제가 어렵다. 허세를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혹시 허세를 부린다고 말해주면 아니라고 화 내며 펄펄 뛴다. 그렇기 때문에 허세 부리는 사람에게 허세 부린다는 말을 해 주지 않는다. 철이 들면 언젠가는 깨달을 때가 오겠지 …
(2016년 12월)
p.s. 허세는 대통령도 부린다는 생각이 요즈음 든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다분히 자화자찬의 허세가 너무나 많이 있다.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단다. 말 잘 듣는 착한 국민들의 기본권을, 대상에 따라 선별적으로, 많이도 박탈하고는 실체 없는 K 방역 자랑을 늘어 놓는다. 없는 백신으로 booster shot까지 말하고 있다. 본문의 결말 마지막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 깨달을 때가 오겠지. (2021년 8월)
정치인의 #1 목표는 정권을 ‘잡는’것이기 때문에 선거에서의 승리는 무슨 값을 치루어도 꼭 이겨야하죠. No matter whatever the cost my be. 그러므로 ‘허세’ 정도는 mild 한 deception 이지요. 완전한 거짓말과 사기극과 공공연한 뇌물이 횡행하는 지경에서는 overacting salesmanship 은 well within our expectations.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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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within our expectations’ 생각하기에 따라서 슬픈 이야기 입니다. 일국의 최고 권력과 통치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좀더 진솔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 올라갈 자리는 없지만 까딱하며 추락할 가장 높은 자리에 있기에 더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모든 대통령들 또는 자식들에게 씨워진 저주의 사슬을 볼 때 겸손과 진정이 담긴 말들을 듣고 싶습니다. 최소한 대통령은 정치 모리배나 야바위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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