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에는 영양분석표(Nutrition Facts)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영양분석표를 자세히 보면 한국과 미국에서의 표기에 차이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열량(calorie)표시이다. 참고로 1 calorie는 물 1g의 온도를 섭씨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이 열량표시를 한국은 kcal, 미국은 Calorie로 쓰니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1 kcal = 1 Calorie = 1,000 calories 라는 등식(等式)을 먼저 이해하자. 그런데 뒤의 2등식은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소문자로 쓴 calorie를 ‘small calorie’, 대문자로 쓴 Calorie를 ‘large calorie’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small calorie가 워낙 적은 열량이라 화학이나 물리 실험실에서나 쓰이고 실 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이 small calorie가 종종 large calorie를 뜻하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가 알아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아래의 한국 국내용 라면 영양분석표 1에 총 열량이 500 kcal, 미국 수출용 한제 라면 영양분석표 2에는 510 Calories, 미제 Biscotti 영양분석표 3에는 170 Calories로 표시되어 있다. 미제 식품의 경우 Fat Calories가 따로 표시되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일일 필요한 열량도 영양분석표 1에는 2,000 kcal, 2와 3에는 2,000 calorie(s)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문자와 소문자에 따른 뜻의 차이를 무시하고 섞어서 썼다기보다는 spell checker가 자동으로 문장 중에 나오는 열량은 소문자로 처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염분에 대한 분석이다. 미국은 Sodium, 한국은 나트륨으로 표시되어 있다. Sodium과 Natrium은 원자번호 11번인 화학원소 Na의 영어 또는 라틴어에 근원을 둔 이름이다. 미국에서 식품에 관해 말할 때 소금(salt, NaCl)과 sodium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나트륨은 화학이나 과학적인 용어로 순수 원소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왜 한국에서 염분을 굳이 나트륨이라 표시하는지 알 길이 없다.
탄수화물에 대한 분석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용은 탄수화물 총량과 당류가 표시되어 있다. 반면에 미국용은 Total Carbohydrate, Dietary Fiber, Sugar 등으로 더 세분되어 있다. 탄수화물에 포함되어 있는 식이 섬유와 당분을 구별하였고, 추가된 당분의 양을 표시하였다. 이는 탄수화물이 소화되며 생성되는 당분 외에 첨가된 설탕류의 양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성분분석은 아주 골치가 아프다. 주원료 외에 첨가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거의가 신선도 유지 및 부패방지를 위해서 또한 색깔과 식감을 돋우기 위해서 더해지는데 읽어보아도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화학적 이름들 뿐이다. 그래서 이 방면은 한국의 식약처 미국의 FDA를 믿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십년을 안전하다고 먹던 성분이 갑자기 발암성분 운운하는 일도 있어서 난감하다. 그렇다고 가공식품을 전혀 안 먹을 수도 없고 … 그래서 가공식품을 고를 때 될수록 첨가물이 적은 것을 고르는데 사실은 부질없는 일이다.
나이가 들며 섭취하는 음식의 성분이나 영양에 관심을 두다 보니 별거에 다 신경을 썼다.
(2023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