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이 더 기쁜 이유

토너먼트 경기에서 선수들이 2등보다 3등에 환호하는 이유를 알았다. 2등은 1등을 놓친 것이기에 분하다. 3등은 등수에 못 들 뻔하다 받아 더 기쁜 것이다. 즉 2등은 져서 받는 상이고 3등은 이겨서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같은 세계선수권 대회의 경우 세계적으로 제일 강한 선수들끼리 붙어서 2등 또는 3등을 했으니 사실은 대단한 것이다. 세계인구를 약 80억으로 보면 1, 2, 3등 모두 엄청난 경쟁을 뚫고 받은 상이니 (해당 경기의 실제 경쟁자 수는 그보다 훨씬 적지만) 그렇게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복권 Powerball과 Mega Million에서 jackpot을 터뜨릴 확률 약 3억분의 1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치렀기에 3등을 해도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시상대에 올라가 각각 금 은 동 식으로 상을 받고 축하도 받는다.

시상대 (Source: bing.com)

운동경기와 달리 선거에는 2, 3등의 가치가 전혀 없다. 오로지 1등만이 빛을 본다. 대통령 선거가 그렇고 국회의원 선거가 그렇다. 그런데 여기도 3등이 2등보다 신이 난다.

2024년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미국은 헌법에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하였지만 몇 번을 할 수 있는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이는 시민들의 뜻을 최대한으로 정부에 반영시킨다는 미국의 건국이념에 근거한 것으로 선출직인 대통령도 선거에 당선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개념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초대 대통령 George Washington 때부터 2번 연임으로 끝내는 전통이 세워졌다. 그 전통을 깬 대통령이 Franklin Roosevelt인데 경제대공황과 세계2차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아래 3연임을 하였고 1944년에 4번째 선거까지 승리하였지만 취임한지 82일만에 지병으로 서거하고 말았다. 이에 대통령의 임기를, 정확하게는 피선(被選)되는 횟수를, 2번으로 제한하는 수정헌법(Amendment) 22조가 채택되었다. 금년 미국 대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연임에 실패한 45대 대통령 트럼프가 47대 대통령 자리를 노리며 도전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상 처음으로 있는 임기를 건너 뛴 재도전이기에 그렇다. 현 대통령 바이든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공화당의 경선이 이미 시작되었다. 첫 예비선거인 Iowa 주에서 가볍게 승리한 트럼프의 행진이 어떤 결과를 낼 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다수의 여론조사는 그가 소위 말하는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바이든의 경제, 외교, 국경 (Open Border) 및 불법입국자에 대한 Catch and Release 정책에 대한 불만에 물가고까지 겹쳐 서민들은 트럼프 때가 좋았다는 쪽으로 민심이 움직이고 있다. 일부 진보적 이념의 매체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낮은 교육 수준과 시급노동자 층이라 폄하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느낀다. 중산층 저변에 트럼프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0년 미 대선 후보 및 정당 (Source: wikipedia.org)
2020년 미 대선 결과 (Source: wikipedia.org)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의 후보들이 절대적인 주목을 받는다. 그렇지만 대선 후보에는 이름도 모르는 군소정당 후보들이 항상 끼어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로만 알고 있는 2020년 대선에 참전한 군소정당은 Libertarian, Green, Socialism and Liberation, Alliance, Constitution, Independent, American Solidarity, Becoming One Nation 등 8개 정당이다. 이런 정당들은, Libertarian을 제외하고, 조직력도 미미하여 DC (District of Columbia) 및 50개주에 후보를 등록도 못 시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작부터 득표할 수 있는 선거인단 숫자에서 핸디캡을 갖게 된다. 이들은 선거인단의 표를 하나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2020년 대선에 8개 군소정당이 참여하였지만 선거인단 득표는 0표였다. 원래 이길 생각으로 출마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들의 이념을 좀 알리고 이름을 내기 위해서 출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군소정당의 대선 후보는 선거인단 1표를 받고 3등에 이름을 올려도 2등보다 훨씬 기쁜 것이다.

(2024년 1월)

Leave a comment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