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크루즈로 갈까 아니면 육로로 갈까 생각하다 크루즈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전에도 피력하였지만, 크루즈의 장점은 매일 짐을 꾸렸다 폈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있다. 다양한 음식과 여러가지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시간제약과 기동성 문제로 속속들이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통 배에서 제공하는 기항지 관광(excursion)을 하는데 비싸고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크루즈 할 때 개인적으로 나들이를 나가면 배에 돌아오는 시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배는 늦는 승객을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다음 기항지까지 본인이 알아서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경비도 많이 들고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여하간 우리는 우리만의 계획으로 기항지에서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이번 뉴질랜드 크루즈는 Celebrity Cruise로 가기로 하였다. 크루즈 일정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를 출발하여 뉴질랜드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13박14일짜리이다. 원래 일정은 Auckland > Napier > Picton이었는데 최종으로 발표한 일정에는 Napier가 빠지고 그 대신 항해일(At Sea Day: 정박하지 않고 항해만 하는 날)이 하루 더 늘었다. 원래 Napier에는 오후 2시30분에 도착해서 8시에 출항하는 계획이었는데 실제로 승객들이 하선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변경되었다는 설명이었다. Celebrity Cruise에서 발표한 일정 지도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Auckland에서 Picton으로 가는 항로가 뉴질랜드 북섬의 서쪽바다로 가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Google 지도를 아무리 보아도 그렇게 연결되는 바닷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항로는 북섬의 동해였기에 빨간색으로 표시하였다. 항해일정에 또 다른 변수가 있었는데 다름아닌 남섬 남서쪽에 내려진 시속 70여mile(111 Km)의 강풍을 동반한 폭우 경보였다. 가장 좁은 해협의 폭이 1.2 mile(1.9 Km) 밖에 되지 않으니 안전을 고려해 이번 일정의 highlight였던 Dusky, Doubtful, Milford Sound(해협)이 빠지고, 빨간색으로 표시한, 남섬의 동해와 남섬과 북섬의 사이에 있는 Cook Strait를 거쳐 시드니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번 크루즈는 6월에 갔던 Norwegian Cruise의 아드리아해 크루즈 후 불과 5개월만에 다녀와 아직 생생한 기억이 남아 두 회사와 배를 비교할 수 있었다. 우선 Norwegian의 room attendant는 항상 즐겁지 않은 모습으로 하루 한번 정리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는데 Celebrity의 경우 쾌활하고 아침 정리와 nightly turn down service를 빠지지 않고 해서 좋은 인상을 주었다. Nightly turn down service는 침대 위에 있는 쿠션들과 장식으로 덮여 있는 커버 등을 치우고 실내등도 저녁에 들어왔을 때 편안한 밝기로 조절해 놓는 등등의 서비스를 뜻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경험한 Infinity Veranda Room의 blind를 완전히 내리는 것도 매일 해 놓아서 편했다. 음식 또한 Celebrity가 더 좋은 것이 확실하다. Norwegian MDR (Main Dining Room, 크루즈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식당)에서는 없어진 Lobster Night이 Celebrity MDR에는 아직도 있었고 buffet 식당의 음식도 Celebrity가 더 다양하고 질도 좋았다. 흠이라면 Celebrity에서 upsell(배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각가지 서비스를 승객들에게 권하는 행위)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배 안에서의 동선도 Celebrity가 더 자연스러웠다. 특히 Infinity Veranda 침실은 실제 공간을 더 넓게 쓸 수가 있었고 화장실도 더 넓었다. 구석구석에 공간을 잘 이용해서 짐을 다 풀어 놓을 수가 있었고 특히 화장실에 세면도구 등 화장품 등을 놓을 공간이 충분해서 편했다.
시드니에서 출발하여 뉴질랜드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정은 각 방향으로 이틀씩의 항해일이 더해지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의 PVSA와 상응하는 법이 뉴질랜드에도 있나 찾아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참고로 PVSA(Passenger Vessel Services Act)는 미국의 해운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1886년에 제정된 연방법으로 미국 국적 선박에 한해서 미국내 항구간 승객을 수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Alaska 크루즈의 경우 미국 국적 선박이 아니면 대개가 캐나다의 Vancouver에서 출발하거나 Seattle에서 출발해도 Vancouver나 Victoria를 들르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아마도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사람들 또는 오스트레일리아 관광을 겸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역시 이번 크루즈도 3000여명의 승객 중 1700여명이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Celebrity Cruise는 2010년초에 새로운 class의 크루즈 배를 구상하며 Edge Class를 소개하였고 2018년에 처음으로 진수한 배의 이름을 Edge라 명명하였다. Edge Class의 특징은 starboard(우현: 배의 앞쪽을 향해 보았을 때 오른편) 쪽에 Magic Carpet이라는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platform을 설치한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2개의 수직 구조물을 타고 움직이는데, 첫 번째 사진에서는 밑에 두 번째 사진에서는 위에 보이는 것이 Magic Carpet이다. 이는 tender, 즉 배가 수심이나 부대시설이 적합하지 않아 항구에 접안하지 못할 경우 소형선박을 이용하여 승객들의 승하선을 도모할 때 사용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식당이나 바 같은 용도로 쓰이는 다목적 시설이다. 또한 통상 발코니가 선실과 분리되어 있는 것을 타파한 Infinity Veranda를 도입했는데 선실과 베란다 사이에 여닫을 수 있는 유리문을 설치하고 베란다 끝에도 창문을 설치하여 중간문을 열고 베란다 끝을 닫으면 선실의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게 되었다. Edge는 총 16층, 4개의MDR, 4개의 Complementary Snack Bar, 7개의 Specialty Dining, 2개의 Exclusive Dining, 10여개의 바, 카지노, 수영장, 스파, 면세점 및 극장을 갖추고 있는 중형의 고급 크루즈 배로 분류된다. 최대승객 2918명을 태울 수 있으며 승무원은 1,377명으로 승객 대 승무원 비율은 2.12로 중상급 크루즈 배의 평균치 2.3보다 좋은 편이다. 참고로 탐험(expedition) 같은 특수활동이나 고급 크루즈의 경우 1 또는 그 이하도 있다.



그동안의 글에서는 목적지와 기항지 소개에 중점을 두었는데 크루즈 및 배에 관한 정보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Edge 배의 시설을 소개하며 크루즈에 관한 팁을 첨가한다. 크루즈 하면 풍성한 먹을 것들이 떠오르기에 우선 식당들을 소개한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Oceanview Café로 complementary(크루즈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buffet 식이다. 복장이 자유롭고 각양각색의 음식을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어서 단연 인기가 많다. 흠이라면 끼니때에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침, 점심, 저녁 및 군것질거리와 새참까지 있으니 식탐에 빠지면 큰일 날 곳이다. 매일 점심과 저녁음식의 주제를 조금씩 바꾸지만 큰 변화는 없다.
















Main Dining Room(MDR)은 크루즈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식당으로 full service sit-down dinning room이다. 기본적으로 Starter/Appetizer, Main/Entree, Dessert를 포함한 3 course meal인데 메뉴에 있는 모든 음식을 원하는 만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제가 필요한 곳이다. Celebrity Edge Class에는 4개의 MDR이 있는데 각각의 특색을 살린 메뉴와 공통적인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메뉴는 매일 서너 가지가 바뀌지만 일주일쯤 먹다 보면 그게 그거다. 공통메뉴에는 항상 변하지 않고 있는 Classics가 있는데 이번 크루즈의 경우 생선으로 Salmon, white meat으로 chicken breast, red meat으로 New York steak이 포함되어 있었다. MDR에서는 반바지, round neck, 샌들 등을 제한하는 dress code가 적용된다 – smart casual (허접하지 않고 맵시 있는 옷차림) 또는 evening chic (화려한 정장 또는 최소 button down shirts에 sports jacket). MDR에서 그런 옷차림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그냥 막 입고 가면 파티에 상복입고 가는 꼴로 보이기 십상이다.









Specialty Dinning 즉 별도로 돈을 내야 하는 식당인데 반바지, round neck, 샌들 등을 제한하는 dress code가 MDR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 – smart casual 또는 evening chic.








기타 부대시설들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202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