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초에 발표된 El Condor Pasa는 많은 페루시민들의 공감을 불어 일으킨 musical이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원주민 노동자들이 백인 광산 주인의 노동착취에 대항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중 condor(안데스산맥의 condor는 그 키가 4 feet, 날개를 피면 10 feet, 또 무게는 30 lbs까지 달하여 나는 새 중 가장 큰 새이며 페루인들 에게는 자유의 상징이다)에게 자신들을 잉카왕국의 고도인 Machu Picchu로 옮겨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이 musical에 당시 스페인의 통치하에 어렵게 살던 시민들의 인기가 집중된 것은 오히려 당연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musical에 나오는 곡들은 거의가 안데스산맥에 사는 원주민 인디언들의 민속음악들이라고 한다. 동명으로 Simon & Garfunkel이 불러 우리 귀에 익숙한 가락은 이 musical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곡에 Paul Simon이 그 나름대로의 가사를 “If I Could”라는 부제를 달아서 붙인 것이다.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Yes I would, if I only could, I surely would
Away, I’d rather sail away
Like a swan that’s here and gone
A man gets tied up to the ground
He gives the world its saddest sound
Its saddest sound
I’d rather be a forest than a street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I’d rather feel the earth beneath my feet
Yes I would, if I only could, I surely would
전성기의 Simon & Garfunkel이 부른 이 곡은 단음의 피리를 여러 개 붙여서 만든 안데스 인디언 악기인 Siku의 구슬픈 가락과 만돌린과 흡사한 그들의 전통악기 Charango의 반주가 어우러져 언제 들어도 애잔한 감정이 든다. 가사 또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곡이다. Bridge부분의 “대지에 붙들려 매인 자의 슬프디 슬픈 소리”라는 구절에서 원작에 비쳐진 페루 원주민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가사의 전개는 서로, 생각하기에 따라, 상반되는 두 가지를 들어 어느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그렸는데 “만약에, 만약에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이라 반복되는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 없어 더욱 더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아무 설명 없이 못과 망치 중 망치가 되고 싶다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아 자유로운 위치와 그렇지 못한 차이로 망치가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시인 신경득은 망치보다는, 얻어맞고 박히어 숨겨지지만 거기서 힘이 되기에, 못이 되고 싶다고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 시를 썼다.
나는 망치보다는 못이 되고 싶어
얻어맞으면 맞을수록 깊게 깊게 박혀
어둠 속에 숨어서
짧게 또는 길게 받쳐주는 힘이 되고 싶어
한 개 못이 되어
더러는 걸려주는 힘이거나
버티어 주는 힘이 되고 싶어
성경에도 못의 역할은 단단한 곳에 박혀 견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 이사야 22:23 못이 단단한 곳에 박힘 같이 그를 견고케 하리니 … 그러나 못과 망치가 힘을 합하여 그 일을 해내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예레미야 10:4 … 못과 장도리로 그것을 든든히 하여 요동치 않게 하나니. 못과 망치는 서로 따로 떼어놓으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 못을 겨냥하여 내려치는 망치가 아니고 그저 휘둘려지는 망치는 파괴만을 낳을 뿐이다. 망치의 힘으로 단단한 곳에 박혀 들어간 못은 그 단단한 것들을 한데 붙들어 매어 더 견고하게 한다. 하지만 물렁물렁한데 힘 안들이고 쑥 들어간 못은 아무 역할도 못한다. 잘 박혀서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못은 오히려 뾰족한 끝으로 사람들을 상하게 하기가 십상이다.
못과 망치가 극적으로 확대되어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 영화의 장면으로 나는 주저 없이 Passion of Christ에서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장면을 든다. 십자가에 뉘어진 주님의 손을 관통하는 못과 그것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망치가 화면을 메우며 십자가 밑으로 못의 끝이 나오는 그 장면. 이미 주님이 받은 갖은 고난의 장면으로 가슴이 얼얼한 상태에서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간신히 그 장면을 넘겼을 때 나의 온 몸과 손발은 너무나 아팠다. 그 못이 나의 가슴을 사정없이 파고들고 있었다. 그 참혹한 고난들을 오직 우리들을 구속하기위해서 감당하신 주님의 사랑이 너무나도 아프게 느껴왔다. 예레미야서에서 인용한 구절은 열방의 규례와 우상은 헛된 것인데 그 것들을 못과 장도리로 아무리 든든하게 해도 결국은 무너지고 없어질 것들이라는 가르침 중에서이다. 헛된 것들을 아무리 못으로 잘 박아 놓아 봐야 그저 헛된 것들일 뿐이다. 그러나 주님을 십자가에 달았던 그 못을 통하여 우리는 영원히 선하신 주님에게 단단하게 붙들려 매어있는 것이다. 그 때 그 망치는 분명 울음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주님과 우리를 한데 붙들어 매기 위하여 그 맡은 일을 해 내었을 것이다.
제목에 붙이는 변 – 못과 망치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는데 너무나 삭막한 느낌을 주어 El Condor Pasa로 올립니다. 시작부분에 있었던 어느 정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무겁게 끝나기에 다시 “못과 망치”로 할까 아니면 “못과 망치 그리고 주님의 사랑”으로 할까 했지만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2007년 10월)